사제총기 이어 사제폭탄까지…불법무기 관리 '속수무책'

이승현 기자I 2017.06.14 15:19:41

'오패산 사제총기 사고로 종합대책 마련..단속·처벌은 없어
폭죽 화약모아 총기·폭탄제조..단속은 사실상 불가능
"불법무기, 당장 특별대책 만들기보다 장기적 관심 필요"

지난 13일 오전 8시 34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제1공학관 479호에서 발생한 폭발 사건에 사용된 커피 텀블러 사제폭탄의 잔해들. (사진=서울지방경찰청)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지난해 10월 ‘오패산 사제총기 사건’에 이어 최근 연세대에서 커피 텀블러 사제폭탄 사건까지 발생하며 불법 사제무기에 대한 시민들의 공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사실상 속수무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은 경찰관 1명이 사망하고 시민 2명이 부상당한 오패산 총기사건 이후 자체적으로 ‘불법총기 종합대책’을 마련해 발표했지만 관련법 개정 등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한 후속조치가 지지부진하면서 무용지물이 됐다.

◇ 법개정 지연에 단속·처벌없는 불법총기 종합대책

경찰은 지난해 11월 발표한 불법총기 종합대책 일환으로 올 초 불법총기 신고 및 검거보상금을 기존 3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또 불법무기 자신 신고를 연 1회에서 연 2회로 늘렸다.

그러나 당초 대책에 있던 강력한 단속과 처벌은 없다. 경찰은 불법총기의 제조·판매·소지에 대해 기존 ‘10년 이하’에서 ‘3년 이상에서 30년 이하’로 형벌을 강화키로 했지만 관련법(총포·도검·화약류 안전관리법) 개정은 아직 계획일 뿐이다.

특히 일선 경찰서에 총기전담 요원을 지정하고 서울지방경찰청 등 각 지방청에 ‘불법무기 전담 단속반’ 신설 방안은 인력과 예산 등의 문제로 지지부진한 상태다.

현재 본청 생활안전국 소속의 ‘총포화약계’(경정급 조직)에서 사제무기 문제를 담당한다. 이곳에선 유튜브 등 동영상 사이트와 인터넷 블로그 등에 게시되는 온갖 사제총기·폭발물 등의 제조법 등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있다. 내국인이 사제무기 제조법 등을 인터넷에 올리는 행위는 현행법 위반이므로 형사 입건하고 외국인 게시물의 경우 방송통신심위위원회에 국내접속 차단을 요청한다.

경찰 관계자는 “지방청 차원의 불법무기 전담 단속반 신설 등은 중장기 계획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사제무기에 대해 자진 신고를 유도하고 일부 제작 동영상을 삭제하는 수준에서 대응하는 데 그친다.

◇폭죽 화약모아 총기·폭탄제조…단속 사실상 불가능

사제무기 핵심구성 요소인 화약의 경우 경찰은 군용·산업용 화약의 유통을 법에 의해 철저히 관리하기 때문에 일반인이 이를 얻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본다. 문제는 문구점 등에서 손쉽게 살 수 있는 놀이용 폭죽이다.

앞서 오패산 총기살인 사건의 범인인 성병대(46)씨도 장난감용 폭죽에 담긴 화약 등을 모아서 스스로 총을 만든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본인 교수의 연구실 문 손잡이에 커피 텀블러와 나사못 등으로 만든 사제폭탄을 설치한 혐의(폭발물 사용)를 받는 연세대 대학원생 김모(25)씨가 어떻게 화약을 구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모방 범죄를 우려해서다.

경찰은 다만 사제무기 제조를 막기 위해 일반 폭죽의 판매까지 제한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경찰이 국민들의 높아진 안전의식을 감안하지 못한 채 사제무기 단속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은 그동안 미등록 밀반입 총기류의 단속에 주력했지만 이제는 일상의 물품을 이용한 사적무기에 대해서도 실효성 있는 대책을 세울 때가 됐다는 것이다.

최근 10년간 사제폭탄 범행은 이번 연세대 대학원생 건을 포함해 4건이다.

최응렬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이 방심위 등 유관기관들과 원할한 협조관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문제가 생기면 당장 특별대책을 내놓으려 하기 보다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제무기 단속과 규제에 대해 조직 내부에선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2016년 10월 19일 오후 7시 40분쯤 서울 강북구 오패산터널 인근에서 폭행신고를 받고 출동한 김모(54) 경위에게 성병대(46)씨가 자체 제작해 발사한 사제총기를 경찰이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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