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양적완화 효과없다"…시작전부터 무용론 확산

신정은 기자I 2015.02.02 16:26:19

디플레 우려 이미 확산..국채금리 낮아 QE효과도 제한적
"시기적으로 늦었다" "애초에 필요 없었다" 의견도

(사진=AFPBBNews)
[이데일리 신정은 기자] 유럽중앙은행(ECB)이 전면적 양적완화(QE)를 발표한 뒤 실제 국채 매입에 나서기도 전에 이곳 저곳에서 무용론이 터져나오고 있다.

극심한 수요 부진과 국제유가 하락으로 디플레이션(경기침체속 물가하락)이 이미 확산된데다 국채금리가 너무 낮은 수준까지 떨어진 탓에 국채를 매입해봐야 금리 하락과 대출수요 확대, 인플레이션 유발이 어려울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21세기 자본`의 저자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교수는 지난달 31일 한 강연에서 일본을 예로 들며 “돈을 찍어내는 것만으로는 경기 부양을 충분히 할 수 없다”면서 “이같은 조치는 주식과 부동산시장에 버블(거품)만 만들어낼 뿐 정작 필요한 물가 상승이나 경제 성장을 이끌어내기엔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1일 월가를 대표하는 비관론자인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도 한 사설을 통해 “공급은 너무 과도한 반면 수요는 턱없이 부족한 시대에 살고 있다”며 “그 결과 적극적인 통화부양 조치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낮은 인플레이션이 유지되는 디스인플레이션 또는 디플레이션이 초래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통화 부양정책은 일시적으로나마 재정 부양정책과 함께 사용돼야 한다”며 “그러나 이는 유로존은 물론 영국, 미국, 일본 등 대부분 선진국 경제에서 부족한 부분”이라고 조언했다.

ECB의 양적완화가 시기적으로 늦었다는 지적도 있다.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교수. (사진=AFPBBNews)
`채권왕` 빌 그로스는 이날 인터뷰에서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오랫동안 추진해오다 도입한 매달 600억유로 규모의 국채 매입 프로그램은 너무 작고, 너무 늦었다”면서 “이미 디플레이션 우려와 안전자산 선호 등으로 유로존 각국 국채 금리가 너무 낮은 수준까지 떨어진 만큼 양적완화가 실물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은행권의 대출을 늘리는데 어느 정도 효과적일지는 의문이 생긴다”고 분석했다. 실제 ECB 양적완화 결정 이전인 지난달 발표된 12월 유로존 소비자물가가 전년동월대비 0.2% 하락했었다.

더구나 ECB의 양적완화 결정에 참여했던 정책위원 가운데 반대표를 던진 독일은 애초부터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할 필요가 없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옌스 바이트만 독일 분데스방크 총재는 ECB 정책 발표 후 “유로존 인플레이션은 현재 매우 낮지만, 이것은 유가 하락 때문”이라며 “따라서 인플레 하락은 일시적이고 QE가 필요할 정도는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유럽은 금리가 이미 낮은데다 은행 대출에 의존하는 차이가 있기 때문에 미국 같은 효과를 기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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