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연금행동)은 21일 논평을 내고 “이규홍 신임 본부장은 정권과 재벌, 자본의 외압을 거부하고 가입자이자 수급자인 국민의 이익을 위해 기금을 운용해야 한다”며 “조직의 내부통제 등 쇄신책을 마련하고 수탁자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국민연금은 이규홍 전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사학연금) 자금운용관리단장을 신임 기금운용본부장으로 선임했으며, 이 본부장은 지난 15일부터 직무를 시작했다. 이 본부장은 민간 자산운용사와 공적연금 운용 경험을 두루 갖췄고, 사학연금 CIO 재직 당시 높은 수익률을 올린 점 등이 강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약 1900조 원에 달하는 국민연금기금의 자산배분과 위험관리, 해외투자 확대에 따른 환율·금리 변동 대응 등 안정성과 수익성을 조화롭게 추구해야 할 책임을 안게 됐다.
연금행동은 국민 노후자금을 다루는 공적연금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신임 본부장의 역할과 책임은 일반 자산운용사와 차원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은 그간 임명 절차와 거대한 기금 규모로 인해 정권과 재벌, 자본의 외압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비판을 지속적으로 받아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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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행동은 역대 정부에서 되풀이된 기금운용 개입 잔혹사를 구체적으로 짚었다. 이명박 정부 당시 금융전문가 출신 공단 이사장이 기금운용본부장을 패싱하고 기금운용에 직접 개입했다는 비판을 시작으로, 박근혜 정부에서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사태에 관련된 홍완선 전 본부장이 구속되는 사태가 발생했다는 지적이다. 홍 전 본부장과 강면욱 전 본부장이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안종범 전 경제수석 등 당시 실세들과 학연으로 연결돼 있었다고도 지적했다.
특히 윤석열 정부 아래 임명된 서원주 전 CIO 체제 역시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의 가입자대표 축소와 ‘건강한 지배구조 개선위원회’ 설치 등으로 수탁자책임과 거버넌스의 민주성을 훼손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는 것이다.
현 정부의 기금운용 방식을 향한 우려도 제기했다. 연금행동은 대통령이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투자와 관련해 “고민을 많이 해야 할 것 같다”고 언급한 것을 두고 사실상 국내주식 비중 확대를 주문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존 자산배분 원칙에서 벗어난 리밸런싱 유예와 기금운용위원회의 국내주식 비중 확대 결정 등을 거론하며, 국민연금이 정부의 정책적 수단으로 동원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기금운용에 과도하게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고 했다.
연금행동은 "지난 3월 기금운용위원회에서는 국민연금의 의결권을 단독펀드 형태로 민간에 위임하는 안이 추진돼 국민연금이 재벌과 자본의 이익을 도모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며 "기금운용에 대한 불신은 물론 제도 자체에 대한 불신까지 이어지게 된다"고 우려했다.
연금행동은 과거와 현재의 과오를 거울삼아 신임 CIO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금행동은 “이규홍 신임 본부장은 어떠한 외압에도 흔들리지 않고 강경하게 기금운용원칙 및 지침과 규정에 충실해야 한다”며 “기금이 누군가의 소유물이 되는 사유화를 경계하고 가입자이자 수급자인 국민의 이익을 위해 그 역할과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부동산실 사태, 유출자 색출 아닌 내부통제·내부고발자 보호가 본질”
기금운용본부 내부의 비위 사태를 수습하고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것 역시 이 본부장이 즉각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연금행동은 채용 공정성 문제, 위탁운용사 및 내부 직원에 대한 갑질과 괴롭힘, 국내외 부동산투자의 적정성 의혹 등으로 감사를 받고 있는 안모 부동산투자실장 문제를 거론하며 “기금운용본부의 구조적 내부통제 실패가 초래한 결과”라고 규정했다.
특히 최근 기금운용본부가 정보유출 방지 교육 등에 치중하는 움직임을 보인 데 대해 비판의 날을 세웠다.
연금행동은 “이번 문제의 본질은 언제든 기금과 제도의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는 제2, 제3의 안 모 실장과 같은 사람이 나오지 않도록 내부통제 시스템과 내부고발자 보호 체제를 개선하고 기금운용위원회의 실질적 통제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라며 “투자기밀을 유출한 사람을 색출하고 정보보안 교육을 하는 것만이 아님을 이규홍 본부장은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수탁자책임 및 인권 고려한 책임투자 강화해야”
아울러 국민연금의 수탁자책임 강화와 ESG 책임투자의 내실화도 요구사항에 포함됐다. 지난 4월 국가인권위원회가 국민연금 ESG 통합전략 내 인권 지표 강화, 주주권 행사 시 인권 위험 고려 및 투자 제한 연계 등을 권고한 점을 상기시켰다. 또한 최근 국민연금의 이스라엘 국채 매입 사실이 밝혀지며 반인륜적 전쟁범죄에 국민 노후자금이 동원돼서는 안 된다는 비판이 이어진 만큼, 책임투자 전반에 인권 요소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연금행동은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르며, 그 힘이 국민으로부터 나온 것이라면 더욱 큰 책임과 역할이 따른다”며 “약 1900조 원의 국민연금기금은 국민이 자신의 노후와 부모·자식 세대의 노후를 위해 쌓은 사회적 연대의 소중한 결과물임을 명심하고 오롯이 국민의 존엄한 노후만을 위해 복무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