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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협운전 신고하자, 경찰 “당신 잘못, 나 같아도 쫓아갈 것”

홍수현 기자I 2023.12.14 17:58:50
[이데일리 홍수현 기자] 위협운전으로 두려움을 느낀 신고자에게 경찰관이 “나 같아도 쫓아가겠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사연이 알려졌다.

상향등 켜며 뒤쫓아오는 트레일러 (사진=연합뉴스)
14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운전자 A씨는 지난 20일 오전 경기 용인시 처인구 남북대로 장서리 방면 도로에서 승용차를 몰다 사고를 낼 뻔했다.

운전에 능숙하지 않은 A씨는 1차로에서 2차로로 차로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방향 지시등은 켰지만, 충분한 안전거리를 두지 않은 채 차로를 변경했다. 곧이어 다시 차로를 변경하기 위해 브레이크를 밟아 속력을 줄였다.

이에 당시 2차로를 달리던 대형 트레일러 기사 B씨는 갑작스레 끼어든 A씨 차량에 놀라 급제동을 걸었고 이 때문에 차량 전체가 크게 좌우로 휘청였다.

다행히 사고가 발생하진 않았지만 문제는 이 다음 발생했다. B씨는 A씨를 쫓아가며 반복해서 상향등을 깜빡였다. 또 A씨 차량 옆으로 나란히 달리며 “차 세워”라고 크게 소리치기도 했다.

A씨는 평소 운전 경험이 많지 않고, 큰 차가 따라오는 것에 두려움을 느껴 어찌할 바를 모른 채 주행을 계속했다고 한다.

결국 B씨가 편도 1차로 도로에서 중앙선을 넘어 A씨 차량을 추월한 뒤 앞을 가로막아 세웠다. 이로 인해 뒤따르던 다른 차들도 도로에 줄줄이 멈춰 서는 상황이 발생했다.

도로 상황은 일순간에 아수라장이 됐고 B씨는 차에서 내려 A씨 차량에 다가와 창문을 두드리며 “내려라”고 했다. A씨는 차 안에서 경찰에 신고를 하고 B씨에 대한 처벌 의사를 밝힌 뒤 귀가했다.

차량 멈춰세운 상대 운전자 (사진=연합뉴스)
이후 지난 4일 A씨는 용인동부경찰서 소속의 사고 담당 조사관 C씨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A씨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했다는 C씨는 A씨가 안전거리를 확보하지 않고 2개 차로를 연속으로 변경한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C씨는 “이 건은 상대방(B씨)이 잘못한 게 아니라 우리 A씨가 잘못해서 발생한 사건”이라며 “상대방은 위험을 당해서 정당한 행위를 한 것이다. 우리 A씨가 너무나 위험을 초래하는 운전을 했다”고 말했다.

A씨는 “(대형 트레일러로) 길을 막고, (차량의) 문을 열라고 한 게 정당한 행위냐”라고 물었으나, C씨는 “따질 수는 있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어 “(A씨에게) 차를 세우라고 해도 서지 않는데, 그러면 저 사람(B씨) 입장에서는 어떻게 하겠느냐. 그냥 가겠느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저 사람(B씨)은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의 상황을 당했다”며 “본인(A씨)이 뭔가 잘못한 줄 알았으면 내려서 미안하다고 사과했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또 “본인(A씨)의 행위를 생각해 보라. 만약 저 사람(B씨)이었다면, 본인은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로 급박한 상황을 당하고도 그냥 가겠느냐. 나 같아도 쫓아갈 것”이라며 “상대방(B씨)에게 불이익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급 차로 변경으로 흔들리는 대형 트레일러 (사진=경찰 제공)
A씨는 자신의 운전 미숙으로 인한 사고 위험은 인정하지만 B씨의 위협 운전을 처벌할 수 없다는 경찰측 설명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논란이 확산하자 용인동부서는 C씨의 부적절한 언행을 인정하며 담당자를 재지정해 사건을 원점에서 재수사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대형 트레일러 기사 B씨는 “40년 넘게 운전하면서 이렇게 대형 사고가 날 뻔한 것은 처음이었다”며 “대형 트레일러 같은 차량의 경우 차체가 높아서 승용차가 차로 변경을 할 때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차량에 ‘초보운전자’ 딱지를 붙인 상대방에게 주의를 주려 했을 뿐, 절대 보복 운전을 한 것은 아니었다”고 매체와 인터뷰에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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