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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서 “나가라” 야유받던 김상식… 베트남선 ‘축구의 왕’ 등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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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무 기자I 2026.08.27 10:5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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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컵 첫 2연패·A매치 26경기 무패
3부 리그까지 뒤진 선수 발굴 노력
‘친형 리더십’과 유연한 용병술 빛나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오늘 하루만큼은 나 자신을 ‘베트남 축구의 왕’이라고 부르고 싶다”

김상식 감독은 26일 베트남을 2026 아세안 현대컵 정상으로 이끈 뒤 이렇게 말했다. 베트남은 지난 22일 태국과 결승 1차전에서 2-0으로 이긴 뒤 이날 열린 2차전에서 2-2로 비겨 1·2차전 합계 4-2로 우승했다. 베트남 축구 사상 첫 대회 2연패이자 통산 네 번째 우승이었다.

김상식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 사진=뉴시스
김상식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 사진=뉴시스
김 감독은 2024년 5월 베트남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뒤 동남아 주요 대회에서 네 차례 연속 결승에 올라 모두 우승했다. 2024 아세안컵을 시작으로 지난해 아세안축구연맹(AFF) U-23 챔피언십과 동남아시안게임, 이번 현대컵까지 정상에 올랐다. 베트남의 A매치 무패 기록도 26경기(22승4무)로 늘렸다.

김 감독은 불과 3년 전만 해도 한국 축구에서 벼랑 끝에 몰린 감독이었다. 2023년 5월 성적 부진으로 전북 현대 감독에서 물러났다. 팬들은 “김상식 나가”를 외쳤고 구단 버스까지 막았다. 김 감독은 당시를 돌아보며 “선수도, 기자도 만날 수 없을 정도로 힘들었다”며 “베트남에서 연락이 왔을 때 어디든 도전하는 것이 살길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베트남에서 성공한 첫 번째 비결은 선수 발굴이었다. 김 감독은 유명 선수에게만 의존하지 않고 1부부터 3부 리그까지 직접 살폈다. 하루 네 시간만 자며 경기 영상을 분석하고, 주목받지 못했던 선수도 대표팀으로 불러들였다. 그는 “선수들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팀에 대한 충성심을 갖고 ‘원팀’으로 싸울 선수를 선발했다”고 말했다. 베트남 매체들은 “김 감독의 가장 큰 성과는 대표팀이 더 이상 특정 황금 세대에 의존하지 않게 만든 것”이라고 평가했다.

A대표팀과 U-23 대표팀을 함께 맡은 것도 강점이었다. 유망주를 직접 발굴해 연령별 대표팀에서 키운 뒤 A대표팀으로 올리는 구조를 만들었다. 선수마다 역할과 경쟁 원칙을 분명하게 제시하면서 세대교체와 성적을 동시에 잡았다. 주전과 후보의 격차가 줄어들자 대폭적인 로테이션을 가동하고도 경기력이 흔들리지 않았다.

전술에서는 특정 방식만 고집하지 않았다. 상대에 따라 강한 압박과 빠른 역습, 측면 공격, 점유율 축구를 바꿔 썼다. 태국과 결승 1차전에서는 후반에 투입한 응우옌 하이롱과 응우옌 꽝하이가 나란히 골을 터뜨렸다. 김 감독의 교체와 선수 운용이 승부를 갈랐다는 평가가 나왔다.

선수들과 거리를 좁힌 ‘친형 리더십’도 성공 요인이다. 훈련장에서는 엄격하지만 밖에서는 선수 이름을 일일이 부르며 먼저 다가갔다. 김 감독은 한국과 베트남이 가족과 정을 중시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베트남에도 한국의 ‘정’과 비슷한 ‘띵깜’이 있다는 점을 알고 우정과 신뢰를 쌓는 데 공을 들였다. 베트남 국가를 부르기 위해 가사를 한글로 적어 외우기도 했다.

김 감독은 자신을 ‘필드 위의 셰프’라고 표현한다. 가진 재료의 특성을 정확히 파악하고, 상대와 상황에 맞는 조합을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전북에서 세대교체에 실패했던 경험도 베트남에서는 약이 됐다. 그는 “당시에는 부상자가 많았고 세대교체 시기를 놓쳤다”면서 “팬들 탓이 아니라 내가 못한 것”이라고 했다.

우승이 확정되자 하노이 거리에는 베트남 국기와 함께 태극기가 펄럭였다. ‘나가라’는 야유를 피해 한국을 떠났던 감독은 이제 베트남 국민이 이름을 연호하는 영웅이 됐다. 하지만 감독은 들뜨지 않았다. 그는 “오늘만 축구의 왕”이라며 “내일부터는 다시 평범한 감독으로 돌아가 더 강한 베트남을 만들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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