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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광장 만든 뒤 시위 막아 위헌논란 휩싸인 인천시

이종일 기자I 2020.05.06 15:02:08

박남춘 시장 1호 지시 ''인천애뜰'' 논란
잔디마당 집회·시위 금지…헌법소원심판
시민단체 "市 행정 모순, 집회자유 침해"
인천시 "잔디마당 조성 목적과 맞지 않아"

인천차별금지법제정연대 회원들이 6일 인천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천애뜰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 = 이종일 기자)


[인천=이데일리 이종일 기자] 인천시가 청사 앞에 잔디광장을 조성해놓고 집회·시위를 금지해 위헌 논란이 일고 있다.

6일 인천시,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인천나눔의집 등 시민단체 4곳과 개인 18명은 지난해 12월 인천애뜰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가 헌법에 위반된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해당 조례에는 인천시가 지난해 11월 개장한 열린광장 ‘인천애뜰’ 잔디마당(3160㎡)에서의 집회·시위를 금지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잔디마당은 2018년 7월 취임한 박남춘 시장의 1호 지시로 조성했다. 시민단체는 헌법이 보장한 집회·시위를 인천시가 조례로 규제한다며 반발했고 헌법재판소는 올 1월 위헌청구 사건을 심판에 회부했다. 결정(선고)기일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인천시는 청사부지에 조성한 잔디마당이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 적용 대상이기 때문에 공공청사 설치 목적(공공서비스 제공)에 부합하지 않는 집회·시위를 금지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이는 최근 검찰 수사결과와 정면 배치됐다. 인천시는 지난해 12월 잔디마당에서 집회를 연 시민단체 활동가 A씨를 공유재산 무단 사용 혐의(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 위반)로 고발했고 인천지검은 올 4월 증거 불충분으로 A씨를 혐의없음 처분했다.

검찰은 수사결과서를 통해 “잔디마당은 공공청사 부지라 하더라도 일반인의 접근성이 용이하다는 사실과 조성 취지 등으로 보아 자유로이 개방된 광장으로 봐야 할 것”이라며 “조례를 통해 집회를 불허가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이어 “A씨의 행위가 공유재산을 사용 또는 수익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시민단체는 해당 조례안을 심의한 인천시의회도 책임이 있다며 조례 개정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인천나눔의집 등 12개 단체로 구성된 인천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6일 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전체 시의원 37명에게 조례 개정 찬반 질의서를 보냈으나 찬성한 2명의 답변서만 받았다”며 “무응답으로 일관하는 의원들에게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어 “일부 의원들은 헌법소원 결과를 보고 개정 찬반을 결정하겠다고 말하는 데 의지가 없어 보인다”며 “빠른 시일 내에 잘못된 조례를 바로 잡아야 시민의 기본권인 집회의 자유가 침해되지 않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측 소송 대리인단은 “인천시가 시민을 위해 열린광장으로 인천애뜰을 조성한 반면 잔디마당의 집회·시위 금지로 모순된 행정을 하고 있다”며 “광장은 모두에게 개방된 공간이다. 시는 광장을 여가공간 등 축소된 의미로만 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시 관계자는 “잔디마당을 제외하고 청사부지 밖에 있는 은행나무 데크, 바닥분수 등에서 집회·시위를 여는 것은 제한이 없다”며 “청사부지는 인천시 정책에 부합하는 행사만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고문변호사들과 검토했고 헌법소원심판에서 승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인천애뜰은 시청사 담을 허물고 본관 앞 주차장과 차도를 잔디마당으로 만들어 기존 미래광장(바닥분수·녹지 등, 1만750㎡)과 연결시킨 전체 2만㎡ 규모의 시민광장이다. 시는 인천애뜰 개장 당시 “누구나 쉽게 찾아와 휴식을 취하고 소통하며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시민의 공간으로 꾸며졌다”며 “24시간 연중 개방한다”고 안내했다.

잔디마당과 기존 미래광장을 연결시킨 인천애뜰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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