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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정말 큰일난다"…33억명 소득 절벽이 몰고올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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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성훈 기자I 2026.09.18 12: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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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33억명, 소득 증가 속도 절반 '뚝'…5명 중 2명
저성장 국가 80곳으로…10년 새 12곳 늘어
7억3000만명은 생활수준 아예 뒷걸음질
독일 실질소득 연 0.6%…중국 청년 실업률 18%
"노력하면 보상" 中 62%→28%…표심도 흔들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전 세계 33억명이 소득 증가 속도가 반토막 난 나라에 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0년 전 11억명에서 3배로 불어난 것으로, 5명 중 2명꼴이다. 중국과 러시아, 독일, 브라질이 새롭게 ‘성장 둔화 클럽’에 합류한 결과다.

독일 드레스덴의 폭스바겐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차량 조립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AFP)
독일 드레스덴의 폭스바겐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차량 조립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AFP)
저성장 국가 80곳…7억3000만명은 아예 뒷걸음

17일(현지시간) 이코노미스트가 세계은행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4년까지 10년간 1인당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직전 10년 대비 절반에 미치지 못한 국가·지역은 총 80곳으로 집계됐다. 2014년 68곳에서 12곳 늘었다. 이들 국가 인구를 합치면 33억명으로, 10년 전 11억명의 세 배에 달한다. 이 가운데 7억3000만명은 생활수준이 아예 뒷걸음질 쳤다.

저성장 국가는 캐나다 같은 부국부터 콩고민주공화국 같은 최빈국까지 걸쳐 있다. 인구 구조부터 경제 운용 실패까지 각 국가별로 원인이 제각각이지만, 이들이 맞닥뜨린 위험은 공통적이다. 자녀 세대가 부모보다 잘살 것이라는, 수십년간 당연하게 여겨온 기대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 믿음은 오랜 기간 각국 국민들이 일을 대하는 자세와 투표 성향까지 좌우해 왔다.

물론 부유해진 곳도 있다. 이들 국가·지역 주민의 실질소득은 2014~2024년 38% 늘었다. 절반 가까이는 인도 15억명 덕분으로, 출산율이 떨어지면서 선진국을 바짝 추격했다. 미국도 다른 선진국을 앞서며 고소득국 평균을 끌어올렸다.

독일 실질소득 연 0.6%…중국 청년 실업률 18%

선진국의 둔화는 낮은 생산성과 높은 이민이 겹친 결과다. 이민자가 장기적으로 경제에 활력을 줄 수는 있지만 단기 GDP 증가 효과는 작다. 생산성이 낮은 기업은 이익이 적어 세금도 덜 낸다. 얇아진 예산을 더 많은 사람이 나눠 쓰게 되면서 1인당 GDP가 줄고, 개인은 손해 보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

독일 생산성은 2014~2024년 거의 제자리였다. 이 기간 독일인 실질소득은 연평균 0.6% 늘었다. 2007~2009년 금융위기와 유로존 위기를 겪은 직전 10년의 1.5%보다 낮다. 캐나다에서는 인구가 GDP보다 빠르게 늘면서 2024년 실업률이 1%포인트 가까이 올랐다.

자원 부국들은 2014년 원자재 호황이 끝난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우루과이와 칠레처럼 수출로 성공한 나라도 소득 증가가 멈추다시피 했다. 중남미 주민은 10년 전보다 거의 부유해지지 않았고,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는 3.4% 더 가난해졌다. 석유와 다이아몬드를 파는 앙골라의 1인당 GDP는 4분의 1 줄었다.

신흥 대국의 사정도 나빠졌다. 2006년 브릭스(BRICs) 4개국 외무장관이 처음 모인 이후 성장 둔화를 피한 나라는 인도뿐이다. 중국의 1인당 GDP 증가율은 2014~2024년 직전 10년의 절반에 그쳤다. 제조업 주도 추격 성장의 열기가 식고 내수가 약해졌다. 러시아는 인구가 줄었는데도 개선 폭이 예전의 절반에 못 미쳤다.

지난 5월 22일 중국 장쑤성 화이안의 화이안대 체육관에서 대졸자 등을 대상으로 열린 취업박람회에 구직자들이 몰린 모습. (사진=AFP)
지난 5월 22일 중국 장쑤성 화이안의 화이안대 체육관에서 대졸자 등을 대상으로 열린 취업박람회에 구직자들이 몰린 모습. (사진=AFP)
“노력하면 보상” 62%→28%…무기력이 표심 흔든다

파장은 경제에 그치지 않는다. 물질적 진보에 대한 인식은 선거 결과와 노동 의욕, 출산율까지 좌우한다. 벤저민 프리드먼 하버드대 교수는 2006년 살림살이가 나아지면 정치가 안정되고 노력한 만큼 보상받는 문화가 자리 잡는다고 주장했다. 뒤집어 말하면 성장이 멈출 때 정반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뜻이다. 사회생활을 막 시작한 젊은 세대일수록 타격이 크다.

먼저 나타나는 것은 이전 세대보다 못하다는 상실감이다. 저스틴 게스트 조지메이슨대 교수팀이 지난해 유럽인 2만명을 조사한 결과 최소 5분의 2가 자기 세대가 경제적으로 불리하다고 답했다. 이런 ‘향수형 박탈감’은 50대 다음으로 18~34세에서 강했다. 컨설팅업체 올리버와이먼 조사에서는 1995~2010년생 중국인의 56%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답했다. 퓨리서치센터의 2015년 조사에서 1980년대 후반생의 70%가 경제를 긍정적으로 봤던 것과 대비된다.

이런 상실감은 무기력으로 이어진다. 스탠퍼드대 연구진의 조사에서 2023년 “노력하면 항상 보상받는다”고 답한 중국인은 28%로, 2014년 62%에서 급감했다. 중국 도시 청년 실업률은 지난 7월 18%였고, 일자리가 없는 23~28세의 약 5분의 2가 대졸자였다.

정치적 여파도 뚜렷하다. 게스트 교수팀은 향수형 박탈감을 겪는 서유럽인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포퓰리즘 정당에 투표할 확률이 55%포인트 높다고 분석했다. 루트 다소뇌빌 벨기에 뢰번가톨릭대 교수 연구에서는 성장 둔화가 정치를 요동치게 만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권자가 상황 악화의 책임을 집권 세력에 묻고 좌우로 표를 옮기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불안정이 성장을 가로막고 다시 불안정을 부르는 악순환에 10년 뒤 더 많은 나라가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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