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전 국회의장은 6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주최로 열린 ‘신정부 새로운 한일관계를 위한 협력방안’ 세미나에 참석해 “기금 확보를 위해 한일 정상회담 또는 정부 간 합의도 선행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과거를 직시하면서 미래를 지향하자’는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선언’을 꿰뚫고 있는 정신”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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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전 의장은 “법안은 포괄입법·소급입법·한시입법 등을 전제로 만들어졌다”며 핵심 구상 다섯 가지를 제시했다. 이는 △피해자 중심 △일본의 반성과 사죄 전제 △피해자 지원은 한국 주도 △대법원 판결 존중 △한일 국민·기업의 자발적 기부금 조성 등이다. 또한 문 전 의장은 기금 운용 재단에 대해 우리 정부가 기금을 출연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문 전 의장은 “이 구상은 과거를 직시하고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로 가자는 ‘김대중-오부치 게이조 공동선언’을 재확인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며 “그 바탕 위에서 한일관계가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한 화해의 계기를 만들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일 정상회담을 통해서나 정부 간 합의가 나와야 이 법안의 추진 동력이 결정될 것”이라며 “두 나라 정부와 국민의 강력한 실천 의지가 절실한 때”라고 강조했다.
전경련에 따르면 양국 민간 중심 기금 마련을 통한 피해자 배상 방안에 대해 우리 국민 45.2%가 양국 관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부정적이란 응답은 32.5%로 집계됐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주요 인사들 역시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를 표하며 양국 관계의 롤모델을 김대중-오부치 선언에서 찾았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전경련 조사에 따르면 한·일 양국 국민은 과거보다 미래를 중시했다”며 “양국 관계의 바이블인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계승해 양국이 미래지향적 관계를 구축해 나간다면, 한·일 관계는 어느 때보다 빠르게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일의원연맹회장을 맡고 있는 정진석 국회부의장은 “신정부 들어 살얼음판을 걷듯 위태로웠던 한·일 관계에 훈풍이 불어오고 있다”며 “과거 한·일 관계가 가장 좋았던 김대중-오부치 선언 수준으로 양국 관계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누카가 후쿠시로 일본 중의원 겸 일한의원연맹 회장은 “IPEF나 ‘칩4’ 등에서 아시아 태평양지역 안정적 공급망 구축을 위해 한·일이 협력할 분야가 많다”며 “코로나19로 중단된 체류 90일 비자면제 조치, 지자체 교류, 민간 경제단체 교류 활성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일본대사는 축사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은 광복절 연설, 취임 100일 기자회견 등 기회에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줬다”며 “한일 양국은 글로벌 과제와 함께 저출산, 고령화 문제에 대한 대응 등 방제 관련 공통 과제를 안고 있는 만큼 양국 현안을 조속히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관계 개선을 위한 단계적 방안으로 일본의 대한 수출규제 해제, 한국의 지소미아 연장 등을 진행하며, 강제징용 문제 현금화 조치 유예 등을 꼽았다.
이어 “최종적으로 한국의 여야가 합의한 특별법 제정 형식으로 사법적 조치를 국내 매커니즘화하여 한·일 간 현안을 해결할 수 있다”며 “한·일 양국은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며, 양국 갈등을 대국적 견지에서 포괄적으로 접근하되 합의 도출을 서두르지는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