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표 복지실험 ‘안심소득’, 성패 좌우할 세가지 변수는?

김기덕 기자I 2022.03.24 14:09:25

내달 8일까지 500가구 선정해 지급 시작
중위소득 85%·재산 3억2600만 이하 대상
비교집단 1600가구 유지·정부 협조가 ‘관건’
시 “비교집단에 현금·상품권 지급 고려 중”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의 새로운 복지실험인 안심소득이 오는 7월부터 첫 선을 보인다. 중위소득 85% 이하 800가구를 대상으로 3년간의 지원기간을 포함해 총 5년간 진행되는 중장기 시범사업인 만큼 기존 복지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을지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안심소득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최대 변수로는 비교집단 1600가구의 이탈 여부, 재원 조달 현실성, 정치권·중앙정부와의 협조 등이 꼽힌다.

24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안심소득 시범사업에 참여할 500가구를 이달 28일부터 다음 달 8일까지 12일간 공개 모집한다. 올해 첫 시행하는 이 사업은 1단계로 중위소득 50% 이하 500가구를 선정하고, 내년에는 2단계로 중위소득 50~85% 300가구를 추가로 선정한다.

서울시 제공.
안심소득은 일정 소득 수준 이하의 모든 가구를 동일하게 지원하는 기존 복지 정책이 아닌 ‘더 어려운 가구를 우선 돕는다’는 하후상박(下厚上薄)형 복지모델이다. 과거 기존 사회보장제도의 지원을 받지 못해 비극으로 끝난 ‘송파세모녀’, ‘성북구 네모녀’와 같은 사건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기 위해 오 시장이 고안해 발전시킨 사업이다. 실제로 현재 서울시내 중위소득 50% 이하(소득하위 25%)에 해당하는 121만 저소득 가구 중 72.8%인 88만 가구는 복지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하는 기존 복지제도의 헛점, 낮은 소득보장 등으로 복지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시는 시범사업을 통해 기준 중위소득 85%(소득 하위 약 33%) 이하에 속하면서 별도로 재산 기준을 3억2600만 원 이하로 설정, 총 800가구를 지원집단으로 선정할 계획이다. 예컨대 월 소득이 0원인 1인가구의 경우 기준 중위소득 85%(165만3000원) 대비 가구소득 부족분(165만3000원-0원)의 절반인 82만7000원(월 기준)을 받을 수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기존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하기 때문에 실제 월 수입이 적거나 아예 없을 경우에도 수급자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런 이유로 안심소득은 소득과 재산을 별도로 분리하고, 사회형평성을 고려해 최소한의 재산 기준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제공.
다만 안심소득은 현행 복지제도 중 현금성 복지급여인 △생계·주거급여 △기초연금 △서울형 기초생활보장 △서울형 주택바우처 △청년수당 △청년월세 등과는 중복해서 받을 수 없다. 생계·주거 급여자의 경우 특례 규정으로 기존 수급자의 자격은 유지되기 때문에 전기세·도시가스비 감면 혜택은 전과 동일하게 받을 수 있다.

문제는 올해와 내년 시범사업을 진행할 때 비교집단 1600가구를 별도로 선정해야 하는데 이들 중 일부는 실험 도중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실험집단 800가구와 유사한 재산·소득 수준 등을 가진 비교집단을 별도로 설정해 안심소득 전후 효과를 비교·분석하기 위한 것이 목적이지만, 이들은 기존 복지제도를 적용받기 때문에 시범사업에 참여할 메리트가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시는 비교집단에 적정선의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시 관계자는 “비교집단이 실험 도중 이탈하더라도 다시 구성원을 모집하지는 않을 계획이다. 이를 감안해 안심소득 지급 대상자의 2배나 많게 비교집단 인원을 정했다”며 “이미 독일 베를린에서는 비교집단 조사나 인터뷰를 진행할 경우 30EUR(유로)를 준다고 들었는데 그것보다는 더 높은 수준의 상품권이나 현금 지급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는 5년간의 안심소득 실험·검증 이후 복지정책으로 채택할지 고려할 예정이다. 물론 서울시의회의 동의는 물론 기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수정해야 하기 때문에 정치권과 중앙정부의 동의도 필수다. 시는 서울시민 전체에 안심소득을 도입할 경우 연간 예산을 약 8조6000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 정부 보건복지, 노동 분야 예산은 전체 예산의 30%가 넘을 정도로 충분히 많기 때문에 기본 복지제도 틀을 수정하면, 과도한 증세 없이 안심소득을 전국적으로 시행하는데 문제가 없다”고 진단했다. 박 교수는 또 “아무런 조건 없이 기본소득을 지급하면 노동손실 효과가 나타날 수 있지만, 이 제도는 취약계층을 하후상박으로 집중 지원하기 때문에 더욱 효과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