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대기업에서 퇴직한 박모씨(80대·남)는 최근 살던 강남구 압구정동 아파트를 부동산에 내놓았다. 소득은 줄었는데 세금 압박이 거세지는 데다 앞으로 양도세도 늘어난다는 말에 이같이 결정했다. 재건축을 앞두고 있으나 수억 원의 분담금도 부담스러운 데다 새 아파트에 얼마나 더 살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박씨는 “이 아파트에서만 20년 넘게 살았는데 쫓겨나는 기분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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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법원 등기정보광장 자료에 따르면 최근 1년간 강남구에서 부동산을 매도한 사람 중 10년 이상 장기 보유자 비중은 48.8%에 달했다. 특히 20년 이상 초장기 보유자 비중도 19.1%를 기록했다. 이는 서울 전체 평균인 10년 이상 37.9%, 20년 이상 12.0%를 크게 웃도는 수치로, 타 지역 대비 자산을 유독 오래 유지하던 강남권 거주자들이 최근 대거 처분에 나섰음을 보여준다.
실제 강남권 주요 단지에서는 시세보다 가격을 낮춘 급매물이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재건축을 앞둔 압구정 현대 아파트는 수십억원대 초대형 평형을 중심으로 직전 최고가 대비 20억원가량 호가를 낮춘 급매물이 나오고 있다.
매물도 쌓이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3달 전과 비교해 서울 강남구의 매물은 28.1% 늘었다. 송파구와 서초구는 각각 31.2% 늘어나는 등 매물이 쌓이는 모양새다.
한 공인중개사는 “고가의 아파트를 현금으로 매수한 사람들보다 아파트에 오래 거주한 강남 토박이 은퇴자들의 매물이 꽤 나온다”며 “일부 단지에서는 호가가 떨어지고 있지만 매수 의사를 밝힌 이들도 관망하는 경우가 많아 매물이 쌓이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고령 은퇴세대가 매년 부과되는 보유세를 감당하지 못해 매물을 내놓은 것으로 본다. 시가 30억원 이상의 고가주택의 경우 종합부동산세가 급격히 늘어나는 구조인 만큼 고정 수입이 없다면 버티기가 힘들다.
여기에 장특공제 요건이 거주 기간 중심으로 강화되고 고가주택에 대한 공제 혜택이 축소되면서, 수십 년을 보유했더라도 처분 시 떠 안아야 할 양도소득세 부담이 수억원대로 치솟은 점도 매도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고령층일수록 익숙한 생활 기반을 떠나 이주하는 과정에서 겪는 정서적·신체적 부담이 크다. 부동산 시장 일각에서는 집값 상승의 결실이 아니라 세금 압박에 밀려 삶의 터전에서 비자발적으로 밀려나는 ‘아파트판 젠트리피케이션’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정부가 고가 주택에 대한 보유세를 늘리겠다는 방침이라 고정수입이 적은 은퇴 고령층을 중심으로 매도 압박이 커지고 있다”며 “오래 보유하고 있을 수록 양도차익이 부담스러워지기 때문에 앞으로 이 같은 현상이 계속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