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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찾은 영등포구 국회 정문과 맞은편 도로에도 총선용 정당 현수막들이 빽빽하게 걸려 있는 모습이었다. 양천구에 사는 강헌일(53)씨는 “요즘 SNS가 발달해서 그걸로 다 보는데 현수막은 낡은 방식인 것 같다”며 “홍보 효과가 별로 없다”고 말했다. 중랑구에서 온 정모(53)씨도 “시대가 바뀌었으니까 온라인 홍보를 확대하는 편이 낫다”며 “저런 현수막은 제거해야 한다”고 했다.
선거철마다 상당수 현수막이 제작된다. 지난해 6월 국회입법조사처는 2018년부터 최근 5년간 치러진 5번의 선거에서 폐현수막이 총 1만3985t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녹색연합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총선에서 사용된 현수막은 3만580여장으로 63빌딩 1225개(305.8㎞) 길이에 달했다.
최근 환경오염이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철 쓰고 버려지는 현수막을 보는 시선도 곱지 않다. 현수막은 매립 시 잘 썩지 않는 플라스틱 합성섬유가 주성분이어서 대부분 소각된다. 현수막 1장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6.28㎏ CO2e다. 21대 총선 기간에 제작된 현수막(3만580여장)에서 발생한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192.2t CO2e로 추정된다. 이는 30년산 소나무 약 2만1100그루가 한 해 동안 흡수해야 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이다. 현수막은 재활용률도 미미하다. 2022년 제8대 지방선거 당시에 배출된 현수막 1557t 중 재활용된 현수막은 25%(387t)에 불과했다. 나머지 현수막은 대부분 소각됐는데 이 과정에서 다이옥신 등의 유해물질이 온실가스와 함께 배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부작용을 최소화하고자 21대 국회에서는 후보자가 선거운동을 위해 현수막을 만들 경우 재활용이 쉬운 재질과 구조로 제작하도록 규정하는 공직선거법 일부개정안이 발의됐다. 하지만 이 법안은 2021년 7월 발의된 뒤 2년 넘게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심사 단계를 넘지 못하고 있다.
폐현수막은 올해도 다량 배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9일 행정안전부는 올해 1월 26일부터 2월 29일까지 전국 229개 지방자치단체에서 총 1만3082개의 규정 위반 정당현수막을 정비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공직선거법 제90조(시설물설치 등의 금지)에 따라 선거기간(3월28일~4월 10일) 전 폐기될 정당 현수막과 선거 후 당선인, 낙선자가 내거는 현수막까지 더하면 폐현수막 수는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선거 홍보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홍 소장은 “현수막을 쓰레기나 낙엽 보관용 마대로 재활용하는 곳도 있지만 이때도 처리 비용이 발생한다”며 “홍보방법을 바꿔서 현수막의 사용 자체를 줄일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터넷 보급률이 높아진 만큼 각 정당에서 만든 선거 홍보물의 링크를 선관위에서 유권자에게 안내하는 방법 등을 고민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