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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딜로이트와 KPMG는 미국 본사 임원들에게 홍콩에서는 업무용 휴대전화 대신 일회용 선불폰을 쓸 것을 권고했다. 맥킨지의 일부 컨설턴트들도 홍콩을 여행할 때는 별도의 휴대폰을 지참했다고 전했다. 한 글로벌 컨설팅 기업 임원은 이러한 회사의 정책에 대해 “민감하지 않은 프로젝트를 다루는 직원들에게도 적용된다”면서 “일부 임원들은 이러한 불편함 때문에 홍콩 출장을 꺼린다”고 말했다.
이들 글로벌 컨설팅 기업이 휴대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중국이 2020년부터 홍콩에서 시행하고 있는 국가보안법 때문으로 풀이된다. FT는 “각 회사들은 직원들에게 일회용 선불폰을 써야하는 구체적인 이유를 제시하지 않았지만 일부 경영진은 중국 당국의 감시 강화 및 해킹 위험, 특히 고객 데이터 유출 가능성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며 “기업들은 데이터 유출시 직면하게 될 막대한 법적 책임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항공우주, 반도체 등의 산업 분야에선 지난 수년 간 보안 문제를 이유로 직원들에게 중국 본토에 갈 때 휴대전화와 노트북을 별도로 준비토록 요청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적지 않았으나, 홍콩에서도 동일한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홍콩에 대한 중국의 통제가 강화했다는 의미라는 진단이다.
미국 역시 홍콩에 대해 더이상 중국 본토와 다르게 대우받는 것을 보장할 만큼 자율적이지 않다고 판단하고, 홍콩의 특별지위를 박탈한 상태다. 홍콩의 온라인 검열이 중국 본토와 비슷한 수준으로 강화하면서, 국가보안법 위반을 우려한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올해 홍콩에서의 인공지능(AI) 챗봇 서비스를 차단하기도 했다.
다만 모든 글로벌 컨설팅 기업들이 홍콩에서의 행동 지침에 차별을 두고 있는 것은 아니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언스트앤영(EY) 등은 관련 지침이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