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채용 줄이고, 실직자는 급증…얼어붙은 일자리

서대웅 기자I 2025.03.10 17:00:55

구직자 1인당 일자리 수 1월 0.23, 2월 0.40
각각 외환위기, 금융위기 후 최저
대내외 불확실성에 기업들 채용 줄이는데
비자발적 실직자 늘어나 실업급여 신청 최다

[세종=이데일리 서대웅 기자] 기업들이 IMF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수준으로 채용문을 굳게 걸어잠그며 구직자들의 일자리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지난 1월 구직자 1인당 일자리 수가 199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이후 2월 기준으로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기업들은 대내외 불확실성에 채용을 줄이고, 실직한 사람들이 구직 시장에 대거 내몰린 결과다.

(자료=고용노동부)
최근 5개월 중 3개월, 실업급여 신청 역대 최다

고용노동부가 10일 발표한 ‘2025년 2월 노동시장 동향’을 보면, 지난달 기업들의 신규 구인 인원은 17만 3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6.3%(1만 2000명) 감소했다. 반면 구직인원은 43만 1000명으로 28.5%(9만 6000명) 늘었다. 그 결과 신규 구직인원 대비 구인인원 비율인 ‘구인배수’는 0.40을 나타냈다.

구직자 1명이 들어갈 수 있는 일자리 수가 0.4개란 의미다. 2월 기준으론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한창이던 2009년 2월(0.36) 이후 최저치다. 앞서 지난 1월에도 구인배수는 1997년 1월(0.23) 이후 최저치인 0.28을 기록했다.

1월의 구인배수가 공급(구직자)보다 수요(기업) 영향을 받았다면, 2월엔 공급 영향이 컸다. 1월엔 구인에 나선 기업이 크게 줄어 구인배수가 떨어졌고, 2월엔 구직자가 크게 늘어 구인배수가 낮아졌다는 의미다. 고용부 관계자는 “2월 구직자 증가 요인 중엔 그간 일자리를 잃은 사람이 늘어난 점이 포함될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지난달 구직급여(실업급여) 신규 신청자는 11만 7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25.1%(2만 3000명) 급증했다. 2월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지난달 10월과 11월에도 각각 8만 9000명, 9만명이 실업급여를 신청하며 같은 달 기준으로 역대 최다를 나타냈다. 최근 5개월 중 3개월(지난해 10·11월, 올해 2월)간 실업급여가 가장 크게 늘었다.

실업급여는 ‘비자발적’으로 일자리를 떠나야 신청 자격이 주어진다. 국내 일자리 상황이 IMF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때만큼 나빠졌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기업들이 채용문을 잠그고 있는 상황에서 실직자까지 구직시장에 대거 내몰리며 구인배수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낮아지고 실업급여 신청자는 최대 규모로 늘어난 셈이다.

대기업 절반,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에 채용 문 닫아

기업들이 채용문을 걸어잠근 건 경기 둔화와 함께 미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등 국내외 경제 및 정치적 불확실성이 여느 때보다 커졌기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흥준 서울과기대 교수(경제학과)는 “전반적으로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 정책이 필요한데,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정부 컨트롤타워 역시 의사결정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봐도 기업의 절반(51.5%)은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를 대졸 채용 감소 요인으로 꼽았다. ‘글로벌 침체 장기화 및 고환율로 인한 경기 부진’(11.8%)으로 보는 시각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다. 올해 상반기 채용 계획을 수립한 기업은 38.9%에 그쳤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일자리 주무부처 장관인 김문수 고용부 장관은 10일 오후 진행한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일자리 대책을 묻는 물음에 “뾰족한 수가 부족하다”고 답했다. 김 장관은 “일자리는 기업이 만드는 것 아니냐”며 “기업에 신입 공채 방식으로 졸업자들을 많이 뽑아달라고 부탁도 했는데 잘 안 돼 참 답답한 그런 상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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