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는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개최한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4’를 통해 파운드리 기술 로드맵을 공개했다.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은 기조연설에서 “인공지능(AI) 반도체에 최적화한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 기술과 적은 전력소비로 고속 데이터 처리가 가능한 광학소자 기술을 통해 고객사들이 필요로 하는 AI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핵심은 2나노 승부수다. 삼성전자는 2나노 공정에서 후면전력공급 기술(BSPDN)을 도입하고 3나노 공정부터 축적한 GAA 노하우를 십분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최근 파운드리업계에서 부는 1나노대 초미세 공정 경쟁 대신 2나노 완성도 제고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BSPDN은 전류 배선층을 웨이퍼 앞면이 아니라 후면에 배치해 전력과 신호 라인의 병목 현상을 개선하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전력 효율과 반도체 성능을 동시에 높일 수 있다. TSMC는 1.6나노부터 이 기술을 도입할 예정이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2나노 공정을 강화해 고객사들에게 기술적인 신뢰감을 높이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재용 회장 역시 이번 미국 출장을 통해 대형 파운드리 고객사 확보에 주력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 등 주요 빅테크 수장들과 잇따라 만나면서다. 이를테면 메타가 ‘탈(脫)엔비디아’ 전략으로 자체 제작한 AI 칩을 삼성전자가 위탁 생산하는 협업이 가능하다. 실제 저커버그 CEO는 지난 2월 방한 당시 이 회장과 만나 “삼성은 파운드리 거대 기업”이라고 했다. 퀄컴이 차세대 모바일 칩의 생산을 TSMC와 함께 삼성전자에 일부 맡길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 회장은 이들 외에 글로벌 팹리스(반도체 설계업체)들과 연이어 만나 파운드리 사업 협력 확대를 논의했다. 미국은 세계 최고의 팹리스 경쟁력을 갖춘 나라다. 이 회장은 산업계 빅샷들과 릴레이 회동 이후 “삼성의 강점을 살려 삼성답게 미래를 개척하자”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