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4 자율차 실증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
스쿨존·상점가에 악천후까지 재현
시속 215㎞ 달릴 수 있는 고속주회로도
[화성=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터널에 들어서니 안개가 자욱했다. 차창 밖으론 차선이 겨우 보일 정도였다. 얼마 후엔 장대비까지 내렸다. 자연이 만든 날씨가 아니다. 이 비와 안개는 경기 화성시 자동차안전연구원 내 기상환경재현시설이 만든 인공적인 자연환경이다. 악천후 속에서도 자율주행차가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는지 시험하기 위해서다. 이 시설에선 시정거리(육안으로 볼 수 있는 최대거리) 30m 안개와 시간당 60㎖ 폭우를 만들 수 있다. 189억원을 투입했다. 한때 자동차안전연구원은 눈과 빙판까지 만들 수 있는 시설까지 검토했다.
| 케이시티 기상환경재현시설에서 폭우를 재현하고 있다.(사진=한국교통안전공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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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환경재현시설은 자동차안전연구원이 만든 자율주행 실험도시 K-시티의 일부다. K-시티는 자율주행차 기술을 개발하고 안전성을 검증하기 위한 테스트베드다. 이름대로 36만㎡ 부지에 실제 주행 환경에 가깝도록 작은 도시를 재현해냈다. 지난해 말엔 레벨 4(자동 주행 작동 구간에선 운전자가 전혀 개입할 필요가 없는 단계) 자율주행차를 검증할 수 있도록 관련 시설을 확충했다.
28일 찾은 K시티는 실제 도로에서 만날 수 있는 여러 환경이 구현돼 있었다.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과 버스 전용차선, 자전거 전용도로, 주차장, 상점가까지 만들어놨다. 이들 시설에선 더미(인체 모형)과 자전거 모형 등이 움직이며 자율주행차가 이것을 제대로 보호하는지 검증한다. K시티 상점가는 다양한 데이터 축적을 위해 레일을 따라 앞뒤로도 움직일 수 있다.
| 케이시티 내 상점가와 버스전용차로.(사진=박종화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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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시티 외곽으로 깔린 고속주회로엔 자율주행차 여럿이 달리고 있었다. 이곳에선 시속 215㎞까지 속도를 낼 수 있다. 차가 원심력으로 튕겨 나가는 걸 막기 위해 도로를 42도까지 기울일 수 있다. 이곳 고속주회로는 진짜 고속도로 같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중앙분리대와 톨게이트까지 갖췄다.
자동차안전연구원은 K-시티를 더욱 확장할 예정이다. 혼잡·군집주행, 유턴, 차선 추월 등 다양한 기술을 검증하기 위해서다. 더 실제 같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 골목길과 경사로, 입체교차로 등 시험 차로도 확충한다.
이날은 ‘자율주행 미래혁신센터’도 문을 열었다. K-시티에서 자율주행 기술을 연구하는 기업을 위한 지원시설이다. 네이버랩스 등 8개 기업이 입주할 예정이다. 이날 개소식에서 어명소 국토교통부 제2차관은 ““국내에서도 머지않아 자율주행 유니콘 기업이 탄생하고 세계 유수의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데에 정부가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 케이시티 내 실증시설을 달리는 자율주행차.(사진=한국교통안전공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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