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에이티테크놀러지(073570)가 때아닌 법정싸움에 휘말렸다. 경우에 따라선 상장폐지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내몰릴 수도 있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지난 3일 오전 11시52분 에이티테크놀러지의 주권매매를 정지시켰다. 거래소의 주권거래 정지 결정이 보통 장 마감후 공시되는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거래소는 이번 결정을 내린 이유로 에이티테크놀러지가 3일 정기현 전 경영지배인이 22억1000만원 규모의 횡령을 저지른 정황이 드러난 탓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에이티테크 자본금의 25.59%에 달하는 금액이다.
에이티테크측은 지난달 14일 등기임원으로 선임된 정 전 지배인이 회사 자금 8억원을 무단으로 인출하고 에이티테크가 보유하고 있던 자회사 에이티세미콘(089530) 주식 70만5000주(14억1000만원)를 인출한 후 회사로 반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 2일 이사회를 열어 정 지배인 해임안을 가결하고 이튿날 해당 내용을 공시한 것. 회사측은 “정 전 지배인에게 횡령한 자산 반환을 요청했고 반환하지 않을 땐 법적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임원의 위법행위로 마무리되나 싶었던 이번 사태는 정 전 지배인이 지난 3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김진주 전 대표와 임광빈 대표 등 에이티테크 경영진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면서 또다른 국면의 법정공방으로 이어지게 됐다. 당시 자금흐름의 모든 절차가 경영진과 협의해 이뤄진 상황인데다 위법 사실이 아님에도 일방적으로 공시를 진행해 자신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게 정씨의 주장이다.
정 전 지배인은 센트리파트너스와 함께 지난 9월 최대주주(임광빈, 김진주)로부터 주식을 양도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 계약이 체결되면 최대주주는 센트리파트너스와 정 전 지배인으로 변경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에이티테크는 횡령사실 공표와 함께 해당 계약도 취소한다고 밝혔다. 정기현씨측 관계자는 “회사 경영진이 계약을 악의적 목적으로 취소하기 위해 현금으로 보관하고 있던 8억원을 빌미로 허위공시를 했다”며 “이미 8억원은 회사 계좌에 입금 완료돼 전혀 횡령 및 배임등의 문제와는 상관이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에이티테크가 제기한 문제 중 에이티세미콘 주식 70만5000주와 관련한 사안은 또 다른 소송을 불러왔다. 에이티테크는 지난달 30일 에이티세미콘 보유지분(1334만주) 중 1000만주와 경영권을 북경면세점사업단에 넘기는 계약을 체결했는데 북경면세점사업단은 계약금으로 10억원을 지급했고 에이티테크는 70만5000주를 담보로 예치했다. 이 과정은 김진주 전 대표와 정 전 지배인 모두 합의한 사안이었다. 북경면세점사업단은 알지비글로벌로부터 베이징 공항 보세구역 면세점사업에 관해 국내제품의 독점적 공급권을 보장받은 특수목적법인이다. 북경면세점사업단은 코스닥업체인 에이티세미콘 지분을 인수, 시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에이티테크는 지난 3일 이 계약이 이사회에서 승인받지 못했다며 북경면세점사업단에 일방적으로 계약 무효를 통보했다. 사업단은 계약내용을 어긴 적이 없는데도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했다며 반발했다. 이에 따라 지난 4일 서울지방법원에 위약금 50억원을 요구하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북경면세점사업단 관계자는 “에이티테크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해 사업상 차질을 입었다”며 “법적인 절차를 통해 정당한 권리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상황이 꼬인 가운데 거래소는 이번 횡령 혐의와 관련해 에이티테크의 재무상황을 점검한 뒤 상정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