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소장은 한국 경제의 착시가 반도체와 일부 대형주 쏠림에서 비롯된다고 봤다. GDP(국내총생산)는 민간소비, 수출, 설비투자, 건설투자 등을 모두 합산한 숫자인 만큼 특정 품목의 수출이 크게 늘면 다른 부문이 부진해도 성장률은 좋아질 수 있다. 증시 역시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등 시가총액 비중이 큰 일부 기업의 주가가 오르면 종합주가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수 있다. 조 소장은 이 같은 총량 지표가 체감 경기와 괴리를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도체 호황의 낙수효과도 기대만큼 크지 않다는 평가다. 조 소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성과급 지급이 지역 소비로 광범위하게 확산되기보다 세금, 주식, 부동산 등으로 흘러간 측면이 크다고 설명했다. 소비가 발생하더라도 회사 주변 식당이나 생활 소비보다 백화점, 명품, 외제차 등 고가 소비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실제로 백화점과 명품 소비는 늘었지만 슈퍼마켓이나 마트 매출은 부진해 소비 안에서도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봤다.
고용 측면에서도 반도체 호황의 파급력은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반도체를 비롯한 IT 업종은 매출과 이익이 늘어도 일반 서비스업보다 고용 유발 효과가 작고,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 ·장비) 등 연관 산업의 수혜도 기존 공급망에 들어와 있던 일부 업체에 집중되기 쉽다는 설명이다. 조 소장은 낙수효과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반도체 업종이 잘 나가는 정도에 비해서는 기대에 못 미친다고 평가했다.
주식시장 상승장도 양극화의 또 다른 단면으로 제시됐다. 모든 투자자가 같은 수익을 누리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이번 상승장에서 의미 있는 수익을 얻으려면 여유자금이 있어야 했고, 비싼 대형주를 충분히 살 수 있는 자산 규모도 필요했다는 것이다. 특히 수익률이 높았던 계층이 50대와 자산 규모가 큰 투자자에 집중됐다는 점에서 “돈이 돈을 버는 장”이었다고 진단했다.
부동산 시장에서도 비슷한 착시가 나타나고 있다. 전체 집값이 오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수도권, 서울, 서울 안에서도 특정 지역과 고가주택에 상승이 집중됐다는 분석이다. 비싼 주식을 살 수 있었던 투자자가 돈을 번 것처럼, 비싼 집을 살 수 있었던 계층이 자산 상승의 수혜를 누린 구조라는 설명이다. 반면 수도권에 일자리를 찾아 올라온 청년층은 집값과 전월세 상승으로 주거비 부담이 커지고, 소비 여력은 줄어드는 압박을 받고 있다고 봤다.
조 소장은 한국 경제가 과거에 우려했던 ‘대만화’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도체 강국으로 성장률과 증시 지표는 좋아지지만, 특정 산업 쏠림과 임금 격차, 높은 주거비, 낮은 출산율이라는 그늘이 함께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다.
해법으로는 사회적 공감대 형성과 역할 분담을 제시했다. 정부는 산업의 청사진과 기반을 만들고, 기업은 투자와 사업 선택을 시장 안에서 결정하도록 맡기되, 정책 당국은 넓은 운동장과 높은 울타리를 마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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