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전국택배노조가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A아파트의 사례처럼 택배 차량의 단지 내 지상 출입을 막고 있다는 아파트 단지는 179곳(중복 가능)로 집계됐다. 이 중 128곳은 손수레로 배송하게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태완 택배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손수레 배송은 택배 시간이 3배 증가하는 등 노동 시간이 턱없이 높아지고, 택배 물품의 손상이나 불법 도로 주차 문제도 택배기사가 책임져야 한다”며 “(지하주창장을 이용할 수 있는)저상 택배차의 경우엔 높이가 낮아 택배 기사의 근골격계 질환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 문제의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택배사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택배노조의 입장이다. 특히 다음달 1일 총파업을 위한 투표까지도 불사할 방침이다. 택배기사와 주민이 해결할 문제가 아닌 택배사를 비롯한 플랫폼 업체가 이에 대한 해결택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선규 연맹 부위원장은 “이번 논란이 아파트 주민과 택배기사에게 전부 떠넘겨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며 “이번 A아파트 사례를 비롯한 문제는 택배사들이 문제를 책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투쟁에는 배달 및 퀵 노동자도 함께한다. 아파트 단지와의 갈등 문제가 택배기사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다음달 1일 정부를 대상으로 제도개선 촉구 집회를 공동 개최하는 것에 이어 A아파트 문제 해결을 위한 촛불집회 및 시민운동 제안에도 나설 방침이다.
배달 노동자의 경우에도 택배와 마찬가지로 배달 오토바이가 단지 내로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영수 서비스일반노조 배달서비스지부장은 “라이더들에게 (패딩 안에 흉기가 있을 수 있다며) 패딩을 벗으라는 단지도 있고, 비가 올 때 빗물이 떨어진다며 외투를 벗고 들어오라는 곳도 있었다”며 “배달하면서 노동이 신성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순간에는 수치스럽고 창피해 눈물이 날 때도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A아파트와 같은 문제가) 오래전부터 자리잡고 있는 사회적 문제인데 국민들이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 같다”며 “하루빨리 입주민이 생각을 바꾸고 같은 사회 구성원이라는 것을 깨닫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종태 전국퀵서비스노조 비대위원장 역시 “전체 배달 노동자들이 갑질을 벗어나게 될 좋은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