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키 탓에 태풍 등 불면 안전사고 우려 많아
도심 야자수, 시외 공유지 등으로 옮겨
[이데일리 홍수현 기자] 남국의 정취를 연출하기 위해 1980년대 제주 곳곳에 가로수로 심은 야자수를 더는 볼 수 없게 됐다.
 | 제주국제공항 야자수 뒤로 눈 쌓인 한라산이 보여 이국적인 정취를 자아내고 있다.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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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제주시는 제주시 탑동 이마트에서 제주항 임항로까지 1.2㎞ 구간에 심은 ‘워싱톤야자수’ 100여 그루를 이팝나무 등으로 교체하는 가로수 수종 갱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일대 야자수를 제거하는 작업은 4월 초 마무리될 예정이다.
제주시는 2021년부터 제주시내 야자수를 이팝나무와 수국, 먼나무 등 다른 나무로 대체하고 있다. 이번 작업이 끝나면 제주시 내 20개 구간의 야자수 총 1325그루 중 절반쯤이 다른 나무로 대체된다.
야자수는 본래 1980년대부터 제주시 연동 삼무로를 시작으로 20개 구간에 워싱턴야자수 총 1325그루가 식재됐다.
1980~1990년대 워싱턴 야자수 가로수는 관광객들에게 이국적인 정취를 자아내며 사랑을 받았다. 특히 서귀포 보목동 일대와 서귀포칼호텔 입구 교차로에서 시작해 정방폭포 주차장 입구에 이르는 약 800m의 구간, 중문관광단지 일대에 심어진 워싱턴야자수가 대표적인 곳이다. 워싱턴야자수가 푸른 바다와 조화를 이루면서 남태평양 휴양지에 온 듯한 착시효과를 불러일으키며 관광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그러나 야자수가 생장 속도가 빠르고 다 자라면 아파트 3층 높이인 15∼27m에 달하면서 안전사고 우려를 낳고 있다. 야자수들은 태풍과 같은 강한 바람이 불면 쉽게 꺾이며 인도를 덮치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보행자와 차량에 위협적인 존재가 됐다. 또 날카로운 가시가 달린 잎이나 꽃대가 떨어져 보행자 안전을 위협하는 사례가 종종 있어 왔고, 키 큰 야자수가 전선과 접촉해 정전 사고를 일으키기도 한다.
결국 제주시는 구도심권에 심어진 야자수를 협재해수욕장의 공유지로 옮겨 심기로 했다. 도심권 아스팔트 보다는 이국적인 풍경을 조성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북상으로 제주 전역에 태풍경보가 내려진 5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한 도로에 있는 야자수가 휘어있다.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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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관계자는 “현재 식재된 야자수는 태풍과 강풍 등으로 안전사고는 물론 매년 고가 사다리차를 동원해 가지치기를 해야 하는 등 도심 가로수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전문가 의견에 따라 수종을 교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말 기준 제주도 내 전체 가로수 12만2924그루 가운데 야자수는 3334그루, 약 2.7%에 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