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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아시아에서 일본증시의 낙폭이 가장 두드러졌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전거래일보다 0.48% 하락한 3만 6215.75에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엔 3% 넘게 급락하기도 했다. 미 경기침체 우려에 따른 뉴욕증시 악화, 연준의 금리인하 전망에 따른 엔화가치 상승 등이 영향을 미쳤다. 특히 엔화가치 상승은 지난달 초 글로벌 증시를 폭락으로 이끈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에 대한 공포를 야기했다.
윌슨 어셋 매니지먼트 인터내셔널의 매튜 하우프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엔캐리 트레이드 포지션이 청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위험자산이 단기적으론 더 하락할 수 있다”며 “이 단계에서는 모든 시장의 약세가 예상되며 일본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엔화강세는 일본 수출 기업의 가격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일본의 관광 산업에도 악영향을 준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1.06% 하락해 장을 마감했다. 대만 가권지수는 1.36%, 홍콩 항셍지수는 1.42% 각각 빠지는 등 범중화권 지수가 일제히 약세를 나타냈다. 미 경기침체에 이어 중국의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겹친 탓이다. 이날 발표된 중국의 8월 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대비 0.6%를 기록했다. 올해 2월(0.7%) 이후 가장 높은 상승폭으로, 시장 예상치(0.5%)와 전월 상승폭(0.5%)을 웃돌았다. 하지만 여름철 폭염 및 폭우 영향, 즉 공급 측면의 요인으로 내수 부진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중국의 8월 생산자물가지수(PPI)도 1년 전보다 1.8% 떨어져 시장 예상치(-1.4%)와 전월 하락폭(-0.8%)을 모두 밑돌았다. 이에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목표인 5% 달성 가능성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이외에도 한국 코스피지수가 전거래일대비 0.33% 하락한 2535.93에 거래를 마감했다.
미 뉴욕증시도 이번 주 약세를 보일 전망이다. 오는 11일 공개하는 8월 CPI·PPI 상승률에 따라 변동성이 확대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미 주식시장이 9월에 부진했다는 점도 긴장을 높이고 있다. 17~18일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앞두고 블랙아웃 기간이 지난 7일부터 시작돼 관망세도 상존한다.
지난주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를 촉발한 고용지표와 관련해선 시장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8월 비농업 일자리수가 월가 전망치를 밑돌면서도 6월과 7월보다는 개선됐기 때문이다. 실업률도 과거보다는 여전히 높은 4%대 초반 수준을 지속했으나 5개월 만에 처음으로 하락했다.
일각에선 지난달 초 글로벌 증시가 폭락했을 때와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며, 경기 회복을 위해 연준이 ‘빅컷’(0.5%포인트 금리인하)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한다. 하지만 과민 반응이라는 의견이 더 많다. 실물 경제에선 대량 해고 조짐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 등 고용시장 침체는 걱정할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는 10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첫 TV토론 역시 관망·대기 심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토론 이후에는 변동성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 특히 에너지 정책은 두 후보가 뚜렷한 대조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토론에서 어느 한 후보라도 승기를 잡으면 관련 종목들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6일 미국 주식시장에서 기술주가 폭락한 것이 아시아 증시를 끌어내리는 방아쇠가 됐다”며 “투자자들이 다음 주 연준의 금리인하 규모를 가늠하는 동안 일본 엔화가 강세로 움직이면서 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를 부추겼다”고 분석했다. 미 투자 전문매체 모틀리풀은 “차기 미 대통령의 정책은 증시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미 증시에 어느 후보가 더 좋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업에 더 친화적”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