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모아둔 돈 없는데"…美, 2027년까지 매년 400만명 퇴직

방성훈 기자I 2024.06.12 18:00:41

하루 1.1만명씩 65세 맞이 역대 최대…인력부족 심화
적정 퇴직 연령 논란…"고령자도 충분히 일할 수 있어"
10명 중 3명은 노후 대비 저축 없어…젊은층 부담↑
공적연금 2034년이 마지노선…“사회보장 개혁 시급”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에서 고령화가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노인 빈곤 문제가 새로운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부터 2027년까지 베이비부머 세대는 하루에 1만 1000명씩 정년 퇴임 연령인 65세가 된다. 하지만 10명 중 3명은 노후 대비 저축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고, 공적 연금은 2034년 고갈될 것으로 보인다. 사회보장제도 개혁이 시급하다는 경고 목소리가 잇따른다.

(사진=AFP)


◇2024~2027년 하루 1.1만명씩 65세 정년 맞이…역대 최대

12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에 따르면 미국 비영리단체인 퇴직소득연구소(RII)는 2024~2027년 65세를 맞이하는 인구가 매년 약 41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2020년 인구조사 당시 가장 많은 인구가 몰린 연령대는 60세로 남성이 220만명, 여성이 234만명이었다. 사망자를 제외하고 대부분이 내년에 65세가 되는 셈이다.

미국의 베이비부머 세대는 제2차세계대전 이후 출생한 1946~1964년생으로 올해 59~78세에 해당한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처음으로 사회보장연금을 받은 것은 1946년생이 62세가 된 2008년이다. 이후 출생연도별로 사회보장연금 첫 수령 시기가 늦춰지고 고령에도 여전히 일하는 사람이 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퇴직 인구는 급증하는 추세다.

일자리를 찾지 않는 비노동력 인구 동향에서 2008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65세 이상 인구는 1660만명 불었다. 앞선 15년과 비교하면 4.3배 속도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은 2008년 12% 수준에서 2022년 17%로 상승했다. 2030년에는 21%로 확대할 것으로 예측된다.

코로나19 팬데믹도 퇴직을 가속화했다. 2020년 한 해 동안 65~69세 비노동력 인구는 68만명 증가했다. 1990년 이후 역대 두 번째 규모다.

팬데믹 전에는 고령에도 일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지만, 팬데믹을 계기로 “이번 기회에 은퇴하자”는 사람이 늘었다. 정년인 65세 미만 조기 퇴직자도 다수 발생했다.

◇퇴직자 급증에 인력부족 심화…정치 논란 등 이민자 대체 한계

이에 따라 인력 부족 문제가 심화하고 있다. 2022년 이후 이민자 유입이 급증하며 일정 부분 상쇄했지만, 일자리를 외국인에게 빼앗기고 있다는 불만과 맞물려 정치적 논란을 야기했다.

오는 11월 미 대선에서 이민자 문제가 주요 의제로 떠오르자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결국 “당분간 남부 국경을 통해 불법입국한 이민자에 대해선 망명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지난 4일 발표했다.

닛케이는 “65세 이상 퇴직자 규모가 절정에 달하고 이민자 감소까지 겹치게 되면 미 경제의 노동력 부족이 심삭한 수준에 이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최근엔 고령자도 충분히 일할 수 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팬데믹 당시 퇴직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부문으로 꼽히는 항공기 조종사(파일럿) 업계가 대표적이다. 파일럿의 정년은 2007년 60세에서 65세로 상향조정됐고, 미 의회가 지난달 67세까지 끌어올리는 법안 심의를 시도했지만 좌절됐다.

항공기 훈련 시스템을 제공하는 미 숙련 항공승무원 아카데미는 “마라톤을 하는 75세가 있는가 하면 휠체어가 필요할 정도로 뚱뚱한 20세도 있다”고 주장했다. 건강 상태가 양호하면 나이가 들어서도 충분히 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기대수명 연장, 사회보장연금 지급 연령 인상 등으로 고령자가 일하는 기간도 과거보다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 갤럽 조사에서 퇴직 예정 연령은 1995년 60세였으나, 2021년엔 64세, 2022년엔 66세로 꾸준히 높아졌다.

(사진=AFP)


◇27% 노후대비 저축 없어…“사회보장 개혁 시급”

경제 활동 인구는 줄어드는데 고령자는 늘어나면서 연금이 고갈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 사회보장국에 따르면 현행 제도 하에서는 공적 연금 지급 가능 시한이 2034년까지다. 아울러 2022년 기준 2.8명의 노동자가 연금 수령자 1명의 공적 연금을 부담하고 있는데, 2035년에는 2.3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한 명의 근로자가 부담하는 돈이 더 많아진다는 얘기다.

또 미국인 10명 중 3명은 퇴직까지 충분한 돈을 모으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미 금융서비스업체 크레디트카마의 지난해 조사에서 59세 이상 고령자 중 27%는 퇴직 후를 대비한 저축을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의 지난해 5월 조사에서는 퇴직 이후를 대비해 저축한 비율이 백인이 80%, 흑인이 60%, 히스패닉이 56%로 각각 집계됐다.

사회보장제도의 시급한 개혁이 필요하다는 경고가 잇따른다.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은 올해 봄 투자자 서한에서 “미국의 중장기적 최대 과제는 사회보장”이라며 “제도 개혁을 포함해 관련 논의를 서둘러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