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업계 관계자는 29일 이데일리에 “권 회장이 최근 심경의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걸로 안다”며 “조만간 의미 있는 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한때 200척이 넘는 선단을 거느려 ‘선박왕’으로 불렸던 권 회장은 현재 개인·법인 체납액이 1조원대에 달하는 ‘체납왕’으로 전락해 있다.
그는 2010년 세무조사 후 10년 넘게 국세청과 법정공방을 벌이다 2024년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했음에도 세금을 내지 않았다. 그러나 국세청이 지난해 말 고액상습체납자 명단 공개를 기점으로 가용 가능한 수단을 총동원해 압박 수위를 높이자, 꿈쩍 않던 권 회장도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국세청의 ‘결정적인 한방’은 지난 12일 전격 착수한 홍콩법인 시도쉬핑(주) 한국영업소에 대한 비정기 세무조사다. 시도쉬핑은 서류상 대표는 다르지만 권 회장이 실질적으로 경영 중인, 시도그룹의 핵심축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국세청은 당시 비정기 세무조사를 위해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 들이닥치면서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을 내민 걸로 확인됐다. 세무업계 관계자는 “조사 대상자의 비협조에 세무조사가 여의치 않은 경우 등에 한해 이례적으로 영장을 발부받는다”며 “영장이 나왔다는 건 이미 명백한 조세범칙 혐의가 입증됐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세무조사로 권 회장은 추가적인 역외탈세 적발에 따른 세금 추징은 물론, 은닉재산 적발 시 형사처벌까지 당할 공산이 크다. 다른 관계자는 “2010년 세무조사 이후 지난한 소송이 이어지면서 그간 권 회장 사업에 대한 세무조사나 과세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며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의 부과제척기간이 10년인 만큼, 누적된 체납액과 별개로 상당한 규모의 추가 추징이 이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세무조사에서 은닉재산이 추가로 발견된다면 권 회장은 국세청으로부터 체납처분면탈범으로 고발당할 위기에 몰린다. 세금을 갚을 능력이 있음에도 고의로 재산을 숨겼다는 의미로, 76세 고령인 권 회장이 구속 당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미 국세청은 해외 은닉재산 추적에서 유리한 고지에 다가갔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지난 24일 일본 국세청장과 만나 과세정보 교환 및 체납세금 징수공조를 강화하기로 했는데, 일본은 홍콩과 더불어 권 회장의 주사업 무대다. 임 청장이 지난 5일 대표적인 선박 등록지국인 라이베리아의 국세청장과 만나 ‘역외탈세 관련 정보교환 및 체납자의 해외재산 환수’ 공조 협약을 맺은 것도 권 회장을 정조준한 조치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라이베리아는 권 회장이 해외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재산을 숨겨놓았을 것으로 의심되는 주요 나라다.
권 회장의 국내 압류 자산에 대한 강제매각 절차도 본격화했다. 국세청은 권 회장의 홍콩페이퍼컴퍼니인 ‘멜보 인터내셔널’의 자회사 대상중공업의 주식 67만 7226주를 공매에 부쳐 감정가(210억 2000만원)의 170%를 웃도는 361억 1000만원에 매각해 국고로 귀속시켰다. 세무업계 관계자는 “국세청이 권 회장에게서 압류한 국내 자산이 더 있는 걸로 안다”며 “최근 착수한 시도쉬핑 세무조사를 통해 추가 압류에 나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동시다발적인 전방위 압박이 계속되면서, 권 회장은 결국 체납세금을 낼 수밖에 없으리란 전망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권 회장에 대한 10여년 만의 세무조사는 강도 높게 진행되고 있을 것”이라며 “공평과세 차원에서 체납액을 반드시 걷겠다는 과세당국의 의지가 강해 권 회장이 결단을 내리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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