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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체코)=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한국과 체코가 원전 르네상스 시대를 맞아 원전 건설과 기술 개발, 인력 양성 등 원전 생태계 전주기에 걸쳐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앞서 대한민국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두코바니 원전 건설 사업의 성공적인 완수를 위해 양국 정부는 ‘함께 짓는 원전’이라는 비전이 실현될 수 있도록 민간 기업 간 협력을 가속화하고 지원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오전 체코의 페트르 피알라 총리와 함께 체코 플젠시에 있는 원전 관련 기업인 두산스코다파워와 스코다JS를 방문한 자리에서 “원전 건설 뿐만 아니라 운영, 정비, 핵연료, 방폐물 등 원전 생태계의 전 주기에 걸쳐 두 나라가 함께 협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날 윤 대통령이 방문한 플젠시는 방산, 중공업, 기계 산업 등 산업·기술이 발달한 체코의 4대 도시로 꼽힌다. 방문 업체인 두산스코다파워는 발전용 터빈 원천기술 보유한 세계 3대 기업 중 하나다. 2009년 두산에너빌리티가 인수한 후 사업 범위를 유럽 외에도 아시아, 중동, 남미로 넓히는 세계적인 원전 관련 기업이다. 스코다JS는 원전 부품·장비, 방사선폐기물 저장용기 등을 생산하는 체코의 대표적인 원전기업이다. 이번 두코바니 원전 건설사업의 발주처인 체코전력공사(CEZ)의 자회사다.
양국은 두 업체를 비롯해 민간 기업의 협력을 강화해 원전 건설에 공동 참여하기로 했다. 이날 협약식에는 총 13건의 업무협약(MOU)이 체결됐다. 양국 정상은 13건의 협약 중 5건의 업무협약에 참석했다. 주요 5건의 협약은 △산업부 간 원전 협력 △체코 원전사업 터빈 공급 확정 △한-체코 원자력 기술 △원자력 협력센터 설립 △체코 원전사업 기자재 현지화 등이다.
내년 3월로 예정된 체코 두코바니 원전사업 최종 계약을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등 팀코리아가 따내면 해당 사업에는 두산스코다파워에서 생산하는 터빈을 사용하게 된다. 터빈은 원전의 핵심 설비로서 양국이 함께 짓는 원전이라는 비전 실현이 가능해진다.
이외에도 양국은 원전 건설부터 기술 개발, 인력 양성 등 원전 생태계 전 분야에서 협력하고, 민간의 협력도 양국 정부가 적극 지원하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분야별로는 △양국 대학 간 원전 전문인력 양성 협력 △연구개발(R&D) 지원기관 간 원전 기술 공동연구, △협회 간 터빈 이외의 추가 기자재 공급망 구축 등이다.
이날 협약식 이후, 윤 대통령과 피알라 총리는 터빈에 장착되는 블레이드(회전날개)에 함께 서명하는 행사를 가졌다. 두 정상의 공동 서명에는 대한민국과 체코가 원전을 함께 짓고, 기업 간 협력을 양국 정부가 함께 지원한다는 협력 의지가 담겨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윤 대통령은 현지 정상 연설에서 “대한민국 팀 코리아는 50년 이상 원전을 안전하게 건설하고 운영해 왔다”며 “체코 원전 건설에서도 온 타임 온 버짓(On Time, On Budget·정해진 예산으로 적기 시공)의 약속을 지키는 최적의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또 “두 나라의 원전 협력 약속들이 충실히 이행되도록 한국 정부도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과 체코가 세계 원전 르네상스 시대의 미래주역이 될 수 있도록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