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 7월 A씨와 그의 아들 B씨는 A씨 소유 임야를 매각하기 위해 해당 부지 내 있던 조상들의 분묘를 제사주재자인 C씨 등의 동의 없이 발굴했다. 이들은 장례업체를 통해 수습한 유골을 화장한 뒤 추모공원에 안치했다.
1심과 2심은 분묘 발굴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했지만, 유골손괴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현행법상 적법한 장사방법인 화장 절차에 따라 종교적, 관습적 예를 갖추어 납골당에 유골을 안치함으로써 제사와 공양의 대상으로 제공했다면, 사실상으로나 감정상으로 유골을 본래의 사용 목적에 제공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들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사자의 유체·유골은 제사주재자에게 승계되는 것이므로, 그에 관한 관리 및 처분은 종국적으로 제사주재자의 의사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며 “제사주재자의 동의 없이 함부로 유골의 물리적 형상을 변경하는 등으로 훼손하는 것은 사자에 대한 경애·추모 등 사회적 풍속으로서의 종교적 감정을 해치는 ‘손괴’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적법한 장사방법인 화장 절차에 따라 유골이 안치됐다는 이유만으로 유골 손괴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본 원심 판단에는 형법 제161조의 ‘유골손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제사주재자 판단 기준과 관련해 대법원은 지난해 5월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제사주재자는 우선적으로 고인의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협의에 의해 정하되, 협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에는 제사주재자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는 한 고인의 직계비속 중 남녀, 적서(嫡庶)를 불문하고 최근친의 연장자가 제사주재자로 우선한다’고 판시했다. 이로써 ‘장남, 장녀 순으로 제사주재자가 우선적으로 제사주재자가 된다’고 본 종전 판례를 변경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