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유행 감소에 대중교통의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첫날 아침, 3호선 약수역에서 전철을 탄 홍모(28)씨는 민망함에 마스크를 다시 걸쳤다. 먼저 착용 의무가 풀린 역사 내에서는 물론, 전철 안에서도 절대다수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홍씨는 “마스크를 벗고 탔다가 당황했다”며 “안 써도 된다기에 해방감을 느꼈는데 다 벗으려면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푸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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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이데일리가 둘러본 지하철과 시내버스 등 서울시내 대중교통 풍경은 전과 다를 바 없었다. 밀집도가 높은 출근길엔 ‘노마스크’를 찾아보기 힘들었고, 혼잡 시간이 지난 후에도 마스크를 벗은 이들은 많아야 10명 중 1~2명에 불과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슬쩍슬쩍 ‘마스크를 안 쓴 사람이 있나’하며 곁눈질하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정부는 최근 2주 연속 코로나19 확진자가 감소세를 보이자 이날부터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 대형시설 내 약국의 마스크 의무화를 해제했다. 2020년 10월 이후 2년 5개월 만에 해제된 조치다. 그럼에도 대중교통 이용자 대부분이 마스크 착용을 고수하는 데엔 몇가지 이유가 있었다. △코로나19 등 감염 우려를 낮추려 △다른 사람들이 쓰니까 △얼굴을 드러내기 싫어서 등이었다.
서울 영등포 문래동에서 강남 선정릉으로 출퇴근하는 위모(40)씨는 “버스, 지하철을 갈아타고 출퇴근하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마스크 안 쓰면 없던 병도 걸릴까 봐 앞으로 계속 쓰려고 한다”며 “이제 마스크 없이 사람들과 밀착한 상태로 지하철을 타긴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4호선 사당역에서 시각장애인 길 안내를 하는 박모(75)씨도 “우리 같은 노인은 안 써도 된다고 해도 ‘혹시 감염되면 나만 고생’이란 생각에 스스로를 위해서 쓴다”고 했다. 호텔 서비스직으로 근무 중인 신모(53)씨는 “(마스크 써서) 불편한 건 이제 익숙하다”며 “다른 사람들이 벗어야 나도 벗을 것 같다”고 했다. 경기 광교에서 교사로 일하는 김모(44)씨는 “요새 학생들은 얼굴 보여주기 싫다고 마스크 절대 안 벗는다”며 “마스크 착용이 습관이 된 영향도 있다”고 했다. 아울러 이날은 수도권이 극심한 미세먼지에 뒤덮이면서, “벗기 귀찮아서” 실내·외 가리지 않고 마스크를 착용한다는 이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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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마스크를 벗어던진 이들은 “그동안 답답했는데 너무 시원하다”는 반응이었다. 4호선 사당역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던 배모(33)씨는 “이미 코로나에 걸릴 사람은 다 걸렸는데 마스크를 굳이 써야 하나”라며 “전철에서도 안 쓸 거다, 이제야 해방감을 느낀다”고 했다. 강동구에서 1시간가량 5호선을 타고 출근하는 김모(31)씨는 “비염이 있어서 마스크를 쓰면 숨이 막힌다”며 “실내 마스크 의무 해제되고는 거의 안 써 버릇하니까 대중교통에서 한시간 쓰는 것도 너무 힘들어서 오늘 당장 벗었다”고 했다.
대중교통에서의 마스크 미착용은 ‘점진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해 5월과 9월에 걸쳐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됐지만 아직도 마스크 착용자가 상당한데, ‘3밀(밀폐·밀집·밀접)환경’에 놓일 가능성이 높은 대중교통에서 마스크를 벗는 이들이 빠르게 늘진 않을 거란 게 전문가들 판단이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당장은 아니라도 기온이 올라갈수록 마스크를 벗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라며 “잦은 실내 환기, 백신 접종 등으로 방역에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대중교통에서의 의무는 풀렸지만 감염취약시설 중 입소형 시설, 의료기관·일반 약국에선 여전히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아울러 방역당국은 코로나19 고위험군,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있거나 증상이 있는 사람과 접촉한 경우, 환기가 어려운 3밀 환경에 처한 경우 등엔 마스크 착용을 권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