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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오른 민간 우주관광…브랜슨, 베이조스보다 먼저 우주로

방성훈 기자I 2021.07.09 18:11:55

우주사업 억만장자들…'최초' 타이틀 눈치싸움 치열
브랜슨, 11일 버진갤럭틱 'VSS 유니티' 타고 우주여행
베이조스는 9일뒤 아폴로11호 달착륙 기념일에 탑승
"본격 민간 우주여행 판촉 전략"…동승자도 주목

버진갤럭틱의 우주선 ‘스페이스십2’ (사진=AFP)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립자 겸 전(前) 최고경영자(CEO), 영국의 괴짜 부호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 일론 머스크 테슬라 및 스페이스X CEO. 민간 우주여행 사업 분야에서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고 있는 3명의 영·미 억만장자들이 ‘첫 우주관광’ 타이틀을 놓고도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가장 먼저 우주를 다녀오게 될 사람은 브랜슨 회장이 될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8일(현지시간) 브랜슨 회장이 오는 11일 오전 9시 미국 뉴멕시코에서 그가 이끄는 버진갤럭틱의 유인 우주 시스템 ‘스페이스십2’를 타고 첫 우주여행 테이프를 끊을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오는 20일 예정된 베이조스 전 CEO의 일정보다 9일 앞선 것이다. 베이조스 전 CEO는 57세, 브랜슨 회장은 70세다.

버진갤럭틱은 당초 자사 직원 4명을 승객으로 시험비행을 마친 뒤 브랜슨 회장이 직접 탑승하는 계획을 세웠었다. 하지만 ‘최초’라는 타이틀 때문에 그가 먼저 승객으로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 브랜슨 회장이 미 독립기념일인 4일 첫 비행에 나설 것이라는 보도도 있었지만 일주일 뒤인 11일로 확정됐다.

버진갤럭틱이 개발한 유인 우주 시스템 스페이스십2는 2대의 비행기로 구성됐다. 브랜슨 회장은 우주 관광용으로 개발한 우주선 ‘VSS 유니티’에 탑승할 예정이다. 모선 비행기인 ‘이브’가 VSS 유니티를 이끌고 약 16㎞ 상공에 도달한 뒤 분리시켜 우주로 쏘아올리는 방식이다. 앞서 버진갤럭틱은 지난 5월 VSS 유니티의 세 번째 시험 비행을 무사히 마쳤다.

베이조스 전 CEO는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52주년 기념일인 20일에 우주비행에 나선다. 그가 탑승하게 될 블루오리진의 ‘뉴 셰퍼드’는 미 텍사스주 서부 사막지대에서 발사된다. 뉴 셰퍼드는 버진갤럭틱의 VSS 유니티와 달리 캡슐 모양의 로켓형 비행체다. 비행 시간은 VSS 유니티가 약 14∼17분, 뉴 셰퍼드가 약 10분이다.

제프 베이조스(왼쪽) 아마존 창립자와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 (사진=AFP)
브랜슨 회장이 도전하는 우주여행은 준궤도 관광이다. 고도 100km의 우주경계선까지 올라가 무중력을 체험한 뒤 돌아오는 여행을 뜻한다. 브랜슨 회장이 탑승하는 VSS 유니티의 최고 고도는 88km다. 그런데 일반적으로는 고도 100km의 카르만라인을 우주경계선으로 보고 있다. 국제항공연맹(FAI)도 이 기준을 따르고 있다. 머스크 CEO는 지난주 트위터를 통해 “우주에 도달하는 것과 더 먼 궤도까지 가는 것은 큰 차이가 난다”며 버진갤럭틱의 우주 관광을 폄하하기도 했다.

이에 브랜슨 회장의 비행이 첫 우주여행이냐를 두고 논란이 있지만, 미 항공우주국(NASA)이 고도 80km 이상을 우주로 정의하고 있는 만큼 문제가 없다는 게 버진갤럭틱 측의 입장이다. 베이조스 전 CEO의 로켓의 최대 고도는 100km 이상이다.

VSS 유니티에는 브랜슨 회장과 버진갤럭틱 소속 조종사와 임원 등 총 6명이 탑승한다. 베이조스 전 CEO는 남동생 마크, 82세 할머니 월리 펑크, 아직 신원이 공개되지 않은 티켓 낙찰자 1명과 동승한다. 펑크는 1960년대 초 NASA 우주비행사 시험을 통과했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실제 우주비행은 하지 못했다.

블루오리진의 우주선 ‘뉴셰퍼드’. (사진=AFP)
WSJ은 두 억만장자의 ‘직접’ 비행이 민간 우주관광 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판촉 전략이라고 진단했다. 버진갤럭틱의 우주여행 티켓은 이미 600여명 승객에게 1인당 20만~25만달러(약 2억 2500만~2억 8200만원)에 예약 판매된 상태다. 내년부터는 완전한 상업 서비스를 시작해 티켓 가격을 약 4만달러까지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블루오리진은 아직 티켓 가격을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업계에선 시초가가 20만달러 수준에서 책정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베이조스 전 CEO와 동승할 신원 미상 승객은 280만달러에 티켓을 낙찰받았다.

한편 머스크 CEO가 설립한 우주 탐사기업 스페이스X는 오는 9월 민간인 4명을 우주선에 태워 지구를 공전하는 궤도 비행에 도전할 계획이다. 이번달 브랜슨 회장과 베이조스 전 CEO가 ‘직접’ 우주비행에 나서면서 머스크 CEO는 자연스레 가장 늦게 우주비행을 체험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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