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체포 후 밝게 웃은 공수처장..1차집행 실패 후와 대조 '눈길'

[이데일리 장영락 기자] 오동운 공수처장이 윤석열 대통령 체포 다음날만큼은 밝게 웃었다.

16일 아침 출근하는 오동운 공수처장. 연합

16일 아침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처장은 평소처럼 경기 정부과천청사 공수처로 출근했다. 다만 체포영장 집행 과정에서 경직된 표정으로 일관했던 것과 달리 이날은 관계자와 인사하며 밝게 웃는 모습이 미디어 카메라에 잡혔 눈길을 끌었다.

윤석열 대통령 내란 혐의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후 체포영장이 발부된 직후까지 수사당국 책임자로서 윤 대통령만큼이나 집중 관심을 받아온 오 처장은 얼굴에 근심 가득한 모습이 수시로 잡히는 바람에 정치인들은 물론 시민들에게도 질책을 당하는 기색이 완연했다.

특히 국회에 소환돼 야당이 윤 대통령에 대한 신속한 소환과 수사, 체포영장 청구 등을 닦달할 때마다 두루뭉실한 언사에 난처한 표정까지 짓는 그에게 ‘사람이 헐렁해보인다’, ‘윤 대통령 임명에 보은한다’는 비아냥까지 나올 정도였다. 오 처장이 여당 추천 후보 중 윤 대통령이 임명한 인물이었기 때문에 국회 법사위 질의에서는 오 처장 처신에 의문을 제기한 야당 의원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1차 영장 집행 실패 후인 7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 출석한 오동운 처장. 연합

무엇보다 체포영장 1차 집행 실패 이후에는 수사 책임자로서 오 처장이 제대로 된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의심이 진지하게 제기됐다. 영장 집행 실패 후 공수처가 영장 집행을 경찰에 위임했다가 위임 절차의 법률적 완결성이 부족하다는 경찰 이의제기에 이를 철회하는 해프닝까지 벌였기 때문이다.

대통령 체포 지지 여론이 완연한 상황에서 수사 핵심 주체인 공수처가 ‘체포는 경찰이 하라’는 애매한 태도를 취한 것에 여론이 극도로 악화됐다. 조국혁신당은 “공수처의 어이없는 블랙코미디에 대한민국이 분노하고 있다. (여권에) 보은하려는 마음이 아니었다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언행으로 일관했다”고 비판했고 민변도 “공수처는 윤석열 체포영장 집행 과정에서 너무나 무책임하고, 무능하며, 기회주의적인 모습을 보였다. 국민은 공수처가 얼마나 허약하고 나약하며 취약한 조직인지 똑똑히 지켜보았고, 이제는 독립적인 수사·기소 기관에게 요구되는 기본적인 신뢰마저 없어지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영장 재발부 후 15일 경찰과 협력해 윤 대통령 체포에 성공하면서 그동안 이어진 논란은 사그러들게 됐다. 더 나아가 국민의힘이 오 처장과 우종수 국수본부장을 직권남용과 불법체포·감금 등 혐의로 검찰 고발하면서, 여러 의심과 의혹의 시선에서도 당분간은 벗어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