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조해영 기자] 돌이켜보면 1년 전에도 망언은 강의실을 떠다녔다. 각계각층의 미투(Me too·나도 말한다) 고발이 캠퍼스의 담을 넘었을 때 꽤 많은 교수가 “요즘은 미투 무서워서 무슨 말을 못하겠다”며 웃었던 사실을 기억한다. 강의실 내 누군가는 그 웃음에 동조했고 누군가는 웃을 수도 울 수도 없어 목소리를 삼켰을 것이다.
연예인 정준영씨가 성관계 동영상을 상대방 동의 없이 불법촬영하고 이를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공유한 정황이 드러나며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이를 두고 며칠째 일부 교수·강사는 “동영상을 구하려 했는데 못 구했다” 같은 발언으로 입길에 오르고 있다.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망언도 많은 듯하다. 올해 여대 새내기가 된 한 지인은 바로 전날(20일) “교수가 강의 시간에 `정준영이 키도 크고 잘생기지 않았냐`고 말해 불쾌했다”고 했다. 20대 초중반의 여성들이 모인 곳에서 남성 성범죄 피의자의 외모를 칭찬할 수 있는 뻔뻔함이 놀랍다.
당당한 2차 가해를 가능케 하는 것은 강의실 내에서 교수가 지닌 절대적 권력이다. 불법촬영물을 남자라면 누구나 보는 야한 동영상쯤으로 치부하며 성범죄를 옹호하는 가벼움은 캠퍼스 밖에도 떠다니지만 이를 입 밖으로 소리 내어 말할 수 있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가르치고 평가하는 우위에 선 이들에게는 굳이 가벼움을 조심해야 할 이유가 없다.
성범죄가 가벼운 농담이 되는 공간은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여학생을 성적으로 대상화하며 농담이랍시고 킬킬거리는 또 다른 정준영들을 길러 낸다. 단순한 메신저에 불과했던 카카오톡 채팅방이 성범죄와 연결되기 시작했던 건 수년 전 대학가 카카오톡 채팅방 성희롱 문제가 터져 나오면서부터였다. 최근에도 교대 남학생이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여학생을 성희롱한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됐다. 어쩌면 이는 우연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그저 최근 이슈로 강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 의도였다며 억울해하는 교수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대학 졸업반인 또 다른 지인은 터져 나오는 망언 소식에 “강의 시간에 할 농담이 그렇게 없느냐”며 “4년 내내 지켜보니 수업을 제대로 할 능력조차 없는 교수들이 주로 흰소리를 하더라”며 웃었다. 농담은 차라리 이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