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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걸테크 육성한다지만.."판결문 데이터 활용도 어려워"

한광범 기자I 2024.02.21 16:28:17

IT업계 "리걸테크 활성화 위해 판결문 공개 필요"
사회적 합의·예산 문제로 전면 공개 당장 어려워
법원 의지로는 한계…정부가 진정성 있게 나서야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IT업계가 리걸테크 활성화를 위해 판결문 공개 확대를 재차 요구하고 있다. 법원의 의지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한 상황에서 국회와 정부가 함께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지는 모습이다.

(그래픽=이미지투데이)
7개 IT·벤처 단체가 참여한 디지털경제연합은 21일 총선을 앞두고 발간한 정책제안서를 통해 “리걸테크 산업은 대량의 법률정보 데이터를 잘 활용할 수 있다면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나 과도한 규제로 인해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며 판결문 공개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이어 “비실명화 비용은 정부 예산으로 지원하고, 판결문 열람 수수료를 무료화 또는 경감해 판결문 공개를 실질적으로 활성화해야 한다”며 정부 차원의 지원을 당부했다.

판결문에 개인정보 많아…간소화부터 이루어져야

문제는 판결문 공개나 학습 데이터 활용이 단순히 법원의 의지로만 실현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내밀한 개인정보가 담긴 판결문이 전면 공개되거나 학습될 경우 대규모 개인정보 침해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세하게 기재되는 판결문의 특성상 판결문 공개에 더 예민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판결문 전면공개 등을 요구할 때 주로 언급되는 미국의 경우 판결문이 우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간소한 만큼 판결문에 담긴 개인정보 자체도 많지 않다. 또 사건 자체가 애초에 대중에게 공개된다는 사회적 합의도 마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사회적 합의와 국회 입법을 통해 판결문 작성 방식에서부터 정보처리자 면책 규정 신설 등 다양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 법조계의 시각이다. 개인정보 기재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고 판결문을 공개하는 행위에 대해 처벌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개 판결문 중 데이터 활용 가능은 극히 일부

IT업계는 당장 판결문 전면 공개가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판결문을 학습 데이터로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판결문은 제한적으로 건당 1000원에 비실명화 작업을 거쳐 공개되고 있다. 현재 유료로 확인할 수 있는 판결문은 △2013년 1월 이후 확정 형사 사건 △2015년 1월 이후 확정되거나 2023년 1월 이후 선고된 민사 사건으로 한정돼 있다. 가사사건과 특허사건은 제외돼 있다. 더욱이 2021년 7월 이전 공개 대상이 된 판결문의 경우 곧바로 기계판독이 가능한 텍스트(Text)-PDF 기술이 적용되지 않아, 데이터 활용을 위해선 별도의 ‘텍스트 변환’이 필요하다.

이처럼 판결문 공개 범위를 확대하고 데이터 활용이 가능한 형태로 바꾸기 위해 필요한 것은 결국 예산이다. 하지만 예산 편성권이 없는 법원으로선 그동안 이와 관련된 예산을 얻어내기가 쉽지 않았다. 한 리걸테크 기업 관계자는 “판결문 전면 공개 확대는 법원만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정부가 리걸테크 육성 방침을 세운 만큼 적극적으로 판결문 데이터 활용이 가능한 환경 조성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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