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인지 음성으로의 여행은 왠지 모르게 낯설다. 하지만 이즈음의 음성은 변했다. 산업단지가 들어서고 ‘팩토리 투어’라는 체험 관광 코스가 개발되면서 관광이 좀 더 다양해졌다. 수도권에서 1시간 남짓, 특별한 체험이 기다리는 음성으로의 여행을 떠나 보자.
한독의약박물관은 1964년 (주)한독 창립 10주년 기념 문화 사업으로 설립된 우리나라 최초의 기업 박물관이자 의약전문 박물관이다. 전체 2층으로 1층은 국제전시실, 2층은 한국전시실로 6점의 의약 관련 보물을 비롯 총 2만 여점의 동, 서양 유물을 살펴볼 수 있다. 의약전문 박물관이니만큼 한국전시실을 먼저 관람 후 국제전시실을 관람하는 것이 이해가 빠르다. 한국전시실에서는 우리나라의 의약에 관련된 유물들이, 국제전시실에서는 중국을 비롯해 동서양의 유물과 19세기 독일약국, 플레밍 박사의 연구실 등이 실제와 동일하게 복원되어 아이들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1층의 생명갤러리에서는 생명과 관련된 예술작품을 기획 전시한다. 현재는 마이클 잭슨의 초상화로 유명한 손동현 작가의 ‘지문-FINGERPRINT’전이 열리고 있으며, 이 전시는 오는 9월까지 열린다. 유, 초, 중, 고생을 비롯해 가족단위 관람객들을 위해 소화제 만들기 등 매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한독의약박물관에서 도보로 3분 거리에 자리한 ‘흥미진진한 팩토리투어센터’는 한독 생산공장 내 약초원을 리노베이션 한 곳이다. 유리온실을 연상케하는 건물에는 ‘투어 팩토리’, ‘그린 팩토리’, ‘플레이 팩토리’의 세 공간으로 나누어져 개성 있는 체험이 가능하다.
투어 팩토리는 음성군 내 9개 기업이 협업해 만든 곳으로 일상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제품들을 접할 수 있으며 관광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린 팩토리는 온실 카페 어느 곳에서 사진을 찍어도 멋지게 차 한 잔의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 플레이 팩토리에서는 약사 가운을 입고 ‘사랑의 묘약 만들기’라는 무료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다.
9개 협업기업 중 일부 기업은 팩토리 예약 프로그램을 진행 중에 있으며 다양하고 이색적인 프로그램으로 참여자들의 만족도가 높다. 음성군의 흥미진진한 팩토리투어는 음성군 홈페이지에서 신청할 수 있다.
음성군 출신의 화가 신종덕 작가가 궤짝이 좋아서, 궤짝을 만들고, 궤짝이 컨셉인 카페 갤러리다. 복숭아밭 한 가운데 자리 잡은 카페는 2009년부터 짓기 시작했지만 자재 값이 없으면 중단하기를 여러 번 하며 완공까지 3년여의 시간이 걸렸다.
이곳의 모든 것들이 그의 손을 거쳐 만들어질 정도로 누구의 손도 빌리지 않은 흔적은 옹이가 박히듯 굳은 살 투성이의 손이 말해준다. 그런 노력 덕분이었을까. 궤짝카페 갤러리는 자연과 잘 어울리는 건축물로 지난 2012년 음성군의 ‘아름다운 건축상’을 받았다.
궤짝은 귀한 물건을 담아두는 상자도 되지만 신작가가 말하고 전하는 궤짝의 의미는 추억을 끄집어내는 도구의 의미가 크다. 야외에 미니궤짝 화장실도 있으며 카페 외부 곳곳에 화가의 작업 공간이 있는 것 또한 독특하다.
1896년에 파리외방전교회 소속 임 가밀로 신부가 기도로 청하여 받게 된 감곡본당은 100년이 넘은 역사를 지닌 곳이다. 여주 부엉골에 부임해 산지 부락의 산골의 전교활동이 어려워 본당 이전을 생각하던 임 신부가 장호원 산 밑 대궐 같은 집을 보고 매괴 성모님께 끊임없이 청하며 우연찮게 매입을 해 본당을 설립한다.
당시 대궐 같은 집은 명성황후의 육촌 오빠인 민응식의 집이었고, 1882년 임오군란 때는 명성황후가 이곳으로 피신을 온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성지에는 프랑스 루르드에서 제작해 1930년 대성전 건립 당시 제대 중앙에 안치된 매괴 성모상이 모셔져 있다.
한국전쟁 때 인민군들이 성당을 사령부로 사용하면서 성모상을 향해 일곱 번이나 총을 쏘았지만 부서지지 않아 ‘칠고의 어머니’, ‘매괴의 어머니’라 불린다. 본당 옆 매괴박물관은 충청북도 최초의 석조 건축물로 임 가밀로 신부의 유품과 천주교 관련 유물 등이 전시되고 있다. 봄이면 성당으로 오르는 길에 벚꽃이 피면서 아름다운 꽃길이 되어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진다.
매산마을은 예로부터 서울과 경상도를 잇는 교통의 요지로 중부지방의 동서를 연결하는 관문 역할을 했던 곳이다. 청미천에 소금을 실은 배가 들어오면 이곳에서 만든 옹기를 싣고 여주를 지나 서울로 갔고, 서쪽의 들판은 ‘군량들’이라 하여 군량미를 저장했던 곳이라 전해진다. 아랫마을, 안골, 윗동네 점말인 3개의 마을로 형성된 자연부락으로 오래되고 지저분해 보기 싫었던 벽을 지난 2017년 채색을 통해 재탄생시켰다. 다른 지역의 화려한 벽화 주제와는 다르게 예전부터 이곳에 살았던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표현한 그림은 거창하지 않고 소박하다.
1956년에 설치한 풍원양수장은 여름이면 아이들과 어른들의 유일한 목욕탕과 빨래터, 놀이터였고, 1960년대에는 옹기를 굽는 가마가 3개나 있던 동네였다. 안골 골짜기 작은 마을은 밤마다 도깨비들의 장난질로 괴이한 일들이 잦아져 주민들이 아랫마을로 내려왔다. 주민들이 옻이 오르면 목욕을 해서 깨끗하게 나았다는 옻 샘 등 마을 사람들의 생활터전 이야기를 고스란히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