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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정부는 22일(현지시간) 중국산 철근과 단조용 강구(둥글게 만 강철)에 각각 최대 24.9%, 최대 33.5%의 잠정 관세를 부과했다고 밝혔다.
칠레에서는 그동안 주요 철강 회사들이 중국산 철강 제품에 대해 출혈 경쟁을 일으킨다며 강력한 조치를 요구했다. 칠레 기업의 항의가 공장 조업 중단으로 번지자 정부 차원에서 대응에 나선 것이다.
중국산 철강 제품은 낮은 가격을 무기로 중남미 국가에 대거 공급되고 있다. 라틴아메리카 철강협회에 따르면 역내 철강 시장에서 중국산 점유율은 2000년 15%대에서 지난해 54%로 증가했다. 자국 기업들이 반발하는 이유다.
미국도 중국산 철강 제품 제재를 준비 중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7일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평균 7.5%인 중국산 철강·알루미늄 제품 관세를 3배 가량 올릴 것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비단 철강만의 문제가 아니다. 시장에서는 값싼 중국산 제조업 제품들이 전 세계에 영향을 미쳤던 2000년대 차이나 쇼크에 이어 고부가가치 산업에서 중국이 또다시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최근 잇따라 중국을 방문한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현장에서 중국의 과잉생산에 대한 우려를 쏟아내기도 했다. 막대한 보조금과 내수 시장을 등에 업고 성장한 중국 기업들이 저가 전략으로 수출을 확대하면서 공정 경쟁을 해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미 유럽연합(EU)은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반보조금 조사에 들어갔고 미국은 철강 외 전기차·선박 등에 대한 반덤핑 관세 부과를 검토하는 등 대응이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각국 조치에 대한 중국의 반발이다. 중국 상무부는 미국의 관세 인상 검토 소식에 “강력한 불만을 품으며 관련 조사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즉각 반발했다. 이후 미국산 핵심 화학물질 프로피온산(PA)에 대한 반덤핑 예비 판정을 내려 맞대응하기도 했다.
중국은 지난해 미국의 반도체 수출 제한에 반발해 칼륨 같은 반도체 핵심 원료 수출을 통제한 바 있다. 관세 인상에 맞서 중국의 보복 조치가 이어지면 공급망 교란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분석가들은 미국의 중국산 철강 관세 인상에 대해 중국이 보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며 “이는 양대 경제 대국 사이 새로운 무역 전쟁터를 만들고 아시아의 거대 제조기업(중국)의 과잉생산에 대한 불만의 무대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도 적극적인 대응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여한구 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중국이 반덤핑 관세에 보복관세로 대응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세계 통상 환경이 더 불안해지고 있다”며 “글로벌 이슈인 중국의 과잉공급에 대해 우리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파트너국들과 공조해 해결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