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11번가 인수합병(M&A)을 두고 매수·매도 측 모두 티메프 사태의 흐름을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다. 지난달 오아시스가 11번가 인수 의사를 나타냈지만, 협상에는 속도가 나지 않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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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자본시장에서 오아시스가 현 상황에서 기업가치를 높여 상장을 재추진할 가능성을 낮게 판단한 셈이다. 앞서 오아시스는 지난해 초 코스닥 시장 상장을 추진했으나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해 철회를 결정했다. 당시에도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부진한 성적을 거두면서 희망 기업가치의 절반에 그쳤던바 있다.
업계 전반에서는 이번 오아시스 인수가 최종 불발되면 11번가는 원매자를 찾기가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이미 신세계, CJ, 롯데 등 국내 대기업과 큐텐그룹, 알리바바 등과 접촉했다고 알려지기도 했지만 협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한편 티메프 사태로 이커머스 시장 재편이 빠르게 이뤄지면서 11번가는 반사이익을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각이 장기화할수록 11번가의 재무 상태가 악화해 기업가치가 더욱 떨어질 것이란 예측이 빗나갈 가능성도 대두됐다.
지난 5일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달 11번가 이용자 수는 733만965명으로 전보다 2.9% 늘었다. 같은 기간 티몬과 위메프 이용자 수가 각각 0.6%, 7.7% 빠진 것과 대비된다. 11번가와 함께 G마켓 이용자 수도 4.7% 증가한 520만3992명으로 나타났다. 티메프 사태 여파로 해당 플랫폼 이용자를 11번가와 G마켓이 흡수하는 흐름이다.
이번 사태로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면 최근 진행한 구조조정 등 수익성 개선 방안에 힘입어 흑자전환 가능성도 있다. 2019년 2조원을 웃돌던 11번가의 기업가치는 최근 5000억원대로 떨어졌지만 반등의 여지가 남은 셈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 업에 대한 투자시장의 부정적인 시선이 거둬질 때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우려된다”면서 “기업마다 흑자전환에 집중하고 있지만 차별화된 경쟁력이 없으면 생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