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준 SK E&S 대표이사 부회장은 26일 대구 엑스코(EXCO)에서 열린 제28회 세계가스총회에 참석, 기자들과 만나 “(국가나 기업이) 직접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도 있지만, 탄소 크레딧(민간에서 탄소 감축량을 사고파는 개념)을 쓸 수밖에 없는 분야도 있다”며 “탄소 크레딧을 쓸 수밖에 없다면 탄소중립 LNG와 관련한 거버넌스를 빨리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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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부회장은 이날 오전 진행된 세계가스총회 ‘넷제로(탄소중립) 목표를 향한 아시아의 가스 산업’이란 기조 발표 세션에도 참여해 “탄소중립 LNG에 대한 국제적인 표준을 도입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며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상쇄하기 위해선 각국 정부의 제도적인 뒷받침과 조율이 있어야 한다”고 정부 지원과 국가 간 협의의 필요성을 힘줘 말했다.
유 부회장이 이러한 주장을 하고 나선 건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기술 등을 결합한 탄소중립 LNG가 친환경 시대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는 “천연가스는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실용적 대안으로 넷제로에 도움을 줄 것”이라며 “블루수소·CCUS·탄소배출권 등 탄소중립을 위한 다양한 수단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SK E&S 등이 호주에서 진행하고 있는 CCS 프로젝트는 탄소 발생량을 99%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이것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에너지 안정성을 유지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앞서 SK E&S는 지난 25일 해당 프로젝트를 함께 추진하는 호주 최대 에너지기업 산토스와 천연가스·청정수소 분야에서 협업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유 부회장은 글로벌 금융기관들도 이 같은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뜻도 드러냈다. 그는 “아시아에선 여전히 석탄발전 의존도가 높은데, 서유럽과 미국에서 볼 수 있듯 발전 연료를 석탄에서 가스로 전환한다면 탄소 감축에도 효과가 있다”며 “중·단기적으론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만큼 재정적인 지원은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또 유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SK그룹과 SK E&S의 탄소 감축 계획도 소개했다. 그는 “SK그룹은 오는 2050년까지 넷제로 달성을 선언했으며, 2030년 기준 전 세계 탄소 감축 목표량인 210억톤(t)의 1%인 2억t을 감축할 것”이라며 “SK E&S는 1000만t 규모의 CCS 프로젝트 개발을 추진하면서 동시에 1200만t 규모의 세계 최대 CCS 프로젝트에도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천연가스·LPG, 탄소중립 시대 징검다리 연료”
이날 유 부회장과 함께 연사로 나선 리 얄란 국제가스연맹 부회장·베이징가스그룹 이사장과 제임스 로콜 세계LPG협회 최고경영자(CEO) 역시 아시아 지역에서 가스가 탄소중립 시대 징검다리 연료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선 가스 탐사와 이에 대한 투자가 더욱 이뤄져야 한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리 얄란 부회장은 “탄소중립 시대로 나아가는 데 있어 안전하고 효과적이며 안정적인 전력계통이 필요하다”며 “재생에너지가 많이 활용되는 상황에서 기초에너지로서 천연가스 발전은 안정성과 유연성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CCUS 기술 공유 등으로 가스를 통한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데 아시아 지역 국가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제임스 로콜 CEO는 액화석유가스(LPG)도 탄소 감축의 방안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아시아 지역에선 15억명이 여전히 땔감과 전통 연료를 가정에서 쓰고 있다”며 “이들에게 (가스라는 징검다리 없이) 탄소 배출이 전혀 없는 연료를 쓰는 시기만을 기다리게 하면 수십년 동안 땔감을 쓰면서 이들의 건강은 악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LPG는 산림 파괴도 건강 악화도 막을 수 있는 연료로, 에너지 전환을 생각할 땐 기후적 혜택뿐만 아니라 사람에게 줄 수 있는 혜택도 생각해야 한다”며 “LPG 산업도 천연가스와 마찬가지로 저(低)탄소 또는 탄소중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바이오가스 등의 개발로 탄소중립 가교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