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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이 파업과 휴진을 선택하지 않는 이유는 ‘실효성이 적고 참여율이 낮아서’다. 대선 시즌에 접어든 지금 시한부 행정부에 주장한들 바뀔 것이 별로 없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여기에 더해 각 대학병원은 전공의 이탈로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다. 중증환자를 위해 남길 필수 인력도 없어 사실상 휴진이 어렵다. 의협 회원 다수를 차지하는 개원가에서는 대부분 ‘무관심’하다. 일부 투쟁 일변도의 의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간접적으로 젊은 의사들을 응원할 뿐 환자 보기 바빠 구체적인 내용을 잘 모른다는 게 의료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의협이 파업을 강행해도 참여율이 낮은 이유다.
한 개원가 원장은 “말로 지지하는 것은 부담이 없지만 병원 문 닫고 투쟁에 나서라는 문제는 심각하게 고민할 문제”라며 “생활고를 겪는 사직 전공의를 위해 지역의사회 기부금도 내면서 응원해줬는데 아예 병원 문을 닫으라고 하는 요구까지 들어주긴 어렵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의협 내부에서도 투쟁보다는 대화와 정책 홍보에 좀 더 힘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궐기대회 또한 너무 강경한 메시지로 전달되지 않아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는 것이 의협 내부의 설명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기존에 해왔던 대정부 집회와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면서 “지금 대의원회든 시도의사회장단도 ‘대정부 투쟁해야 된다’ 이렇게 얘기하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전공의와 의대생이 ‘선배들이 앞장서 강경 투쟁하라’고 압박하고 있는 점이 관건이다. 이들은 투쟁에 미온적인 선배 의사들은 뒤로 물러나고 전공의와 의대생이 정부와 직접 논의하겠다며 나서고 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은 지난 13일 의협회관에서 진행된 전국의사대표자회의에서 “이번 투쟁은 전공의, 의대생들이 1년 동안 고생하면서 만들어낸 것”이라며 “만약 선배들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정부와의 논의 자체도 전공의· 의대생들이 해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