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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괴롭힘이 법으로 금지된 지 5년이 지났지만, 관련 신고는 매년 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노동청에 신고된 직장 내 괴롭힘은 2019년 2130건을 기록한 뒤 계속 증가해 지난해 6배 가까이(1만 2253건) 늘어났다. 매일 평균 33건씩 관련 신고가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이세리 법무법인(유) 세종 변호사는 좁은 규제망을 신고 증가의 한 원인으로 꼽았다. 2019년 7월에 시행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사용자나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우위를 이용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 등을 금지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다. 이때 근로기준법은 ‘5인 이상의 근로자들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용자와 1:1의 근로계약관계가 형성돼 있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되기 때문에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자나 프리랜서, 특수고용노동자는 적용대상이 아니다.
이 변호사는 “소규모 사업장일수록 내부에서 피해를 자율적으로 해결하기 어렵고, 법의 보호가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직장 내 괴롭힘 금지제도를 상시 5인 이상 사업장에서만 적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녀고용평등법과 마찬가지로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될 수 있도록 근로자 수를 기준으로 한 적용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용목 폴리텍대학 아산캠퍼스 학장(경기지방노동위원회 공익위원)은 “괴롭힘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정신적 괴롭힘뿐 아니라 구조적·제도적 괴롭힘도 포함해야 한다”며 “가해자가 사업주일 때는 노동위원회와 같은 제3의 독립적인 기관이 직접 조사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은 “괴롭힘의 정의가 추상적이라 제도가 오·남용되거나 소모적인 논쟁이 반복되는 한계도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벌칙이나 근로감독과 같은 제재적 수단보다 산업현장에서 자율적으로 해결하고, 예방할 수 있도록 화해와 예방위주의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오전 10시 40분쯤 국회소통회관에서는 정혜경 진보당 의원과 민주노총이 주최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정 의원은 “고 오요안나씨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은 사실상 노동자임에도 근로기준법상의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특수고용, 플랫폼, 프리랜서 노동자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함을 보여주고 있다”며 “더 이상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게 하루빨리 법을 개정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지난 7일 국민의힘은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자 등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을 방지하기 위한 특별법을 추진한다는 뜻을 밝혔다. 특별법에는 중대한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단 1회만으로도 처벌을 가능하게 하고, 사업주가 실시하는 조사 결과에 피해자가 불만족할 경우 노동위원회의 판단 절차를 요구하는 재심 절차를 보장하는 내용 등이 담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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