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지금 “교과서? 자료?”…AI교과서 ‘정체성 혼란’

신하영 기자I 2025.01.13 15:28:59

AIDT 발행사 6곳, 기자회견 열고 교과서 박탈법 맹비난
“교과서→교육자료 강등 시 저작권료 급등” 부작용 거론
거부권 행사로 ‘교과서’ 유지돼도 1년 선택 사용 부정적
AIDT 품질 논란 여전…“1년간 교사 연수 등 보완” 조언

[이데일리 신하영 김윤정 기자] 천재교육·와이비엠 등 인공지능디지털교과서(AIDT) 발행사 6곳이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법적 대응을 공식 언급한 것은 더이상 물러설 수 없다는 의미의 ‘배수진’에 해당한다. 발행사별로 수십억~수백억원을 개발비로 투입했는데 이를 회수하기는커녕 추가 손실을 볼 수 있어서다. 발행사들은 AIDT 관련 법안의 재의결 여부에 따라 헌법소원·행정소송 등을 검토하고 있다.

김형준 구름 이사(앞줄 왼쪽부터), 신동희 YBM 부장, 이재상 천재교과서 상무, 박정과 천재교과서 대표, 조희석 천재교과서 이사, 박찬용 아이헤이트플라잉버그스 대표, 전윤택 에누마 코리아 대표가 13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AI 디지털교과서의 교과서 지위 유지 촉구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학교 현장도 AIDT의 교과서 지위가 확정되지 않으면서 혼란을 겪고 있다. 정부가 AIDT의 교과서 지위를 박탈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를 예고하고 있고 국회에선 이에 대한 재의결이 추진될 수 있어서다.

◇학교는 혼란…“AIDT 채택 2월로 넘겨”

교육계에 따르면 통상 신학기 검정 교과서의 학교별 채택 작업은 늦어도 1월 초면 마무리된다. 그간 학교들은 개학 2개월 전에는 교과 교사들의 추천을 받아 학교운영위원회를 열어 교과서를 채택해 왔다.

하지만 올해 도입할 예정인 AIDT의 학교별 채택은 다음 달은 돼야 확정될 전망이다. 국회 본회의에서 AIDT의 교과서 지위를 박탈하는 법안이 가결돼서다. 정부는 이에 대해 오는 21일 거부권을 행사할 예정이다. 정혜영 서울교사노동조합 대변인은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로 상황이 바뀔 수 있어서 학교 현장은 혼란”이라며 “학교운영위원회 등 교과서 채택을 위한 회의도 2월로 미뤄둔 학교가 많다”고 했다.

AIDT의 교과서 지위가 박탈될 경우의 부작용도 거론되고 있다. 교과서의 경우 모든 학교가 의무 사용해야 하지만 교육 자료로 격하되면 이런 의무가 소멸된다. 교과서 사용료(구독료)가 수직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신동희 와이비엠 부장은 “교과서의 경우 한국문학예술저작권협회를 통해 공표된 저작물을 저렴하게 쓸 수 있지만, 교과서 지위 박탈 시에는 저작료가 많게는 20~30배로 오를 수 있다”고 했다.

교육부는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로 AIDT의 교과서 지위가 유지되더라도 올해 1년간은 학교 선택에 따라 자율 사용토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경우 1학기 전체 학교의 AIDT 채택률은 적게는 30%, 많게는 50%로 내다보고 있다. 문제는 발행사들이 이에 반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재상 천재교육 경영지원부문 상무는 “AIDT의 교과서 지위가 유지되더라도 1년 자율 선정으로 결론이 나면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했다. 향후 교육부와 발행사 간 구독료 협상에 진통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교육부는 1학기 희망 학교만 AIDT 사용토록 해도 2학기에는 80~90%까지 채택률이 제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늘봄학교 정책처럼 학부모 수요가 커지면 자연스럽게 선택 학교가 늘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자율 선택 시 채택률 30~50% 전망

다만 AIDT의 질적 수준을 높여야 채택률 제고에도 탄력이 붙을 수 있다. 기존의 디지털 학습지와 별반 차이가 없다는 비판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금의 AIDT는 학생이 모르는 것을 가르쳐주고 끌어주는 생성형 AI가 아니며 시중에 있는 문제풀이식 디지털 학습지에 불과하다”고 했다. 반면 발행사 관계자는 “기존의 디지털 교과서·학습지의 경우 사용자와의 상호작용이 없었지만 현재 개발된 AIDT는 진단평가를 통해 학생의 학습 이해도를 실시간 파악하고 이를 보완하도록 지원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 때문에 AIDT의 교과서 지위는 유지한 채 1년간 선택 도입으로 효과성을 검증하자는 교육부 제안에도 힘이 실린다. 교사별로 AIDT 활용도가 달라질 수 있어 교사 대상 연수도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교육부도 거부권 행사 후 AIDT의 교과서 지위가 유지되더라도 1년간 AIDT 사용을 학교별 선택에 맡긴 뒤 이 기간에 △교육 효과성 분석 △교사 연수 △인프라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1년간 학교별로 자율 선택하면 AIDT 사용 학급과 미사용 학급 간 비교를 통해 교육 효과를 검증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주호 한양대 교육학과 교수도 “정책의 긍정·부정적 전망이 동시에 존재하는 상황이라면 선택 도입하고 추이를 지켜본 뒤 확산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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