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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은 과거 개인 간 애정문제로 여기고 넘기는 분위기 속에 10만원 이하 벌금형인 경범죄로 분류돼 처벌 수위가 약했다. 실제 서울 노원구에서 세 모녀를 차례로 살해한 혐의로 지난 12일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김태현(25)은 현행 경범죄 처벌법상 지속적 괴롭힘 혐의가 적용됐다. 수사기관은 “명백한 스토킹에 의한 범죄”라고 규정했지만, 오는 21일부터 법이 적용되기 때문에 재판에 넘겨질 당시 혐의 적용을 하지 못했다.
법의 허점을 이용해 스토킹으로 시작된 강력범죄가 끊이지 않자 지난 4월 22년 만에 스토킹처벌법이 제정되면서 가해자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 등으로 처벌 수위가 강해졌다. 다만,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 마련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면서 관련 법 보완 요구가 거셌다.
특히 스토킹은 피해자가 처벌 의사를 밝혀야 하는 ‘반의사불벌죄’ 조항이 문제로 지적됐다. 보복이 두려운 피해자가 가해자에 대한 처벌 의사가 없으면 수사기관도 어쩔 수 없다는 얘기다. 스토킹 범죄는 대개 가깝게 지내던 사이에서 비롯되는 만큼 피해자가 처벌을 결심하는 게 쉽지 않고, 또 가해자가 전보다 가중된 처벌을 피하고자 이를 악용할 소지가 제기됐다.
이에 반의사불벌죄 조항을 삭제하는 등 피해자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남인순 의원 등 11인)이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스토킹을 별도의 범죄로 규정한 법의 제정 취지상 피해자의 두터운 보호를 위해 해당 조항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편, 스토킹처벌법에서 스토킹 행위에 ‘피해자의 의사에 반(反)할 것’이 포함돼 있어 반의사불벌죄로 규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견해도 있다. 법사위는 지난달 24일 검토 보고를 통해 “종합적으로 고려해 입법정책으로 결정할 사항”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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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피의자에게 내려진 긴급응급조치가 취소·변경되는 경우 피해자에게 고지할 의무는 없으나 이를 당사자와 법정대리인에게 통지하도록 하자는 안(양정숙의원 등 10인)도 발의됐다. 가령, 피의자의 통신 접근금지 기간이 만료됐다면 해당 사실을 피해자에게 알려주는 조치다. 법사위는 검토보고를 통해 “범행 예측가능성 측면에서 그 통지가 더욱 중요하다는 점을 아울러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시의적절한 대처에 도움을 준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입법조치”라고 밝혔다.
아울러 신변안전조치를 명확히 규정해 피해자 보호를 강화하자는 개정안(정청래 의원 등 11인)도 발의됐다. 성폭력처벌법, 가정폭력처벌법 등에서는 범죄신고자와 그 친족 등이 보복당할 우려가 있으면 일정 기간 신변안전조치가 이뤄지는데 스토킹 처벌법도 이를 적용하자는 취지다. 이밖에 스토킹 행위의 범위를 온라인 상에서 상대방의 개인정보를 배포하는 행위도 제재하자는 내용이 담긴 개정안(김상희 의원 등 15인)도 발의됐다.
최근 한 30대 남성이 인터넷 방송에서 강제탈퇴(강퇴)를 당한 뒤 앙심을 품고 해당 방송 BJ의 어머니를 살해하는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발생하는 등 스토킹 범죄에 대한 수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스토킹 범죄가 강력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을 차단할 보완책을 더욱 꼼꼼하게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 교수는 “최근 스토킹 범죄가 피해 당사자에게만 인명 피해를 내는 것이 아니라 보복의 범위가 굉장히 넓어져 피해자 가족들도 신변 안전을 도모해야 한다”면서 “피해자가 원치 않으면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조항 등을 비롯해 피해자 보호를 위한 개정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