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군, 총리에 표적 목록 제시”
당국자들은 이란에 대한 이스라엘의 보복 일정과 변수는 이스라엘 정부 내에서 격렬한 논쟁의 대상이라면서 미 대선 시기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미 정치에 깊은 관심을 가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이 미국에 미칠 정치적 파급 효과에 매우 민감하다고 당국자들은 전했다.
|
같은날 이스라엘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은 현지 방송 채널12 뉴스를 인용해 이스라엘군이 이란에서 공격할 목표물을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국방부 장관에게 표적 목록을 제시했으며, 역내 다른 국가들과의 ‘민감한 협력’이 포함됐다고 TOI는 전했다.
이스라엘 공영방송 칸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정치권’이 이란 보복과 관련한 목표를 결정했다. 한 소식통은 이 방송에서 “목표는 명확하다”면서 “이제 시간 문제”라고 말했다.
또한 칸은 이스라엘이 미국에 전반적인 공격 계획을 설명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목표를 아직 전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표적은 마지막 순간에 바뀔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14일 워싱턴포스트(WP)는 네타냐후 총리가 지난 9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통화에서 이란의 석유나 핵 시설이 아닌 군사 시설을 공격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이 미 대선에 개입한다’는 인식을 피하고자 이 같이 결정했다고 바이든 대통령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 경합주 아랍계 표 의식…사면초가 해리스
중동 분쟁은 미 대선 주요 이슈이기도 하다. 같은 날 WP는 미 당국자와 선거 운동 관계자들을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은 중동 사태가 대선 막바지엔 잠잠해지길 바랐지만, 오히려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고 짚었다.
유럽과 일부 중동 국가 등 미 동맹국들은 미국이 이스라엘을 자제시키기를 원하고 있다. 하지만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시기에 미 정부는 이스라엘과 공공연한 대립을 피하고자 한다고 WP는 전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중동 특사를 지낸 프랭크 로웬스타인은 “그들(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은 자신들의 발언이 이스라엘 쪽으로 지나치게 치우치면 주요 경합주에서 아랍계 미국인들의 표를 잃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주요 경합주 중 하나인 미시간주의 경우 아랍계 미국인 유권자가 밀집해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최근 전국 단위 여론조사에선 근소한 차이로 공화당 대선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우위이나 경합주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뒤처지고 있다.
WP는 “중동 전쟁의 확산은 해리스 캠프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면서 “민간인 사망자가 늘어나면서 아랍계 미국인 및 무슬림 인구가 많은 주요 경합주에서 해리스 부통령의 승리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짚었다.
◇ 美·이스라엘, 복잡한 역학 관계
이를 의식한 듯 미 정부는 이스라엘군의 레바논 유엔 평화유지군(UNIFIL)에 대한 공격처럼 국제적인 비난이 일었던 사건들에 대해 성명을 발표하면서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갈등처럼 보이지 않도록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예컨대 지난 13일 미 정부는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의 공동명의 서한을 통해 이스라엘에 가자지구에서의 인도주의적 상황을 개선하도록 압박했다. 미 정부는 이스라엘이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무기 지원을 축소하거나 중단할 수 있다고 암묵적으로 경고하기도 했다.
백악관과 국부무는 “이를 위협으로 해석돼서는 안 된다”면서 무기 공급 중단이 실제로 논의되는지에 대해 답변을 거부했다.
CNN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나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해당 성명에 서명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CNN은 “혼란스러운 정치적 역학 관계의 징후”라면서 미 정부가 이스라엘에 대선 이후인 “30일 내 구체적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한 점, 동시에 미국이 이스라엘에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포대 및 미군의 관련 병력 추가 배치를 결정했다는 점 등을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