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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SVB 사태와 유사한 일이 국내에서 벌어질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면서도 “예금 전액을 정부가 보호해야 하는 국가 비상사태가 발생한다면 제도적으로 가능한지를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예금 전액보호는 금융소비자 행태를 바꿔놓을 수 있고 도덕적 해이도 부추길 수 있어 원칙적으론 사용해선 안 된다”며 이번 점검이 예금 전액을 정부가 보호하기 위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금융위는 유사시 예금 전액보호가 현 제도상으로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예금자보호법이 예금자보호 한도를 시행령이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어서다. 국무회의를 거쳐 예금액 전액을 보호한다고 시행령을 개정하면 되는 구조다. 전례도 있다. 정부는 외환위기 당시 시행령을 개정해 1997년 11월17일부터 1998년 7월 말까지 예금 전액보호를, 1998년 8월부터 2000년 말까지는 2000만원 초과금액에 대해선 원금 전액보호를 시행했다.
하지만 예금 보호에 세금을 투입해야 한다면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미 연방은행법은 ‘금융 시스템 위험시 보험 한도를 초과한 예금을 보호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번 미 정부는 이 조문을 근거로 예금 전액을 보호한다고 밝혔다. 반면 국내 예금자보호법엔 이러한 법적 근거가 없다. 대통령의 정무적 판단에 맡겨야 하는 셈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은행이 파산 금융회사가 보유한 국공채 등을 담보로 대출해주는 형태로 예금 전액보호를 한다면 별도의 법적 근거는 필요할 것 같지 않다”며 “그러나 세금을 투입해야 한다면 명확한 근거에 기반해야 한다”고 했다.
전액보호 결정 과정에 중앙은행 참여 여부도 미국과 국내 제도상 차이가 있다. 미국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물론 정부로부터 독립된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의 3분의 2 이상 의결이 필요하다. 이후 FDIC와 Fed가 재무부에 전액보호를 요청하면 재무부 장관이 대통령과 논의해 결정하는 구조다. 한국은 예금보험공사 의결만 있으면 된다. 다만 시행령을 개정해야 하는 국내에선 국무회의를 거쳐야 하는 만큼 논의에 참여하는 기관이 더 많다.
한편 금융위와 예보는 이번 SVB 사태와 별개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예금자보호한도, 목표 기금 규모, 예금보험료율 등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 TF는 오는 8월까지 개선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국회에는 예금자보호 한도를 1억원으로 올리는 내용의 법 개정안과 일시적으로 자금난에 처한 금융회사에 예보가 선제적으로 유동성 지원을 하는 ‘금융안정계정’ 도입 법안이 상정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