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제공] 오마이뉴스는 17일 오후 2시30분 박원순(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 변호사를 초청해 "정치인, 죽어야 산다!"는 제목으로 "제2회 오마이포럼" 정치특강을 열었다.
박원순 변호사는 특강 서두에 정호승 시인의 시를 낭독하면서 "희망은 아름답다. 희망은 결코 희망을 잃지 않을 때만 가능하다"며 "절망적인 한국 정치현실을 볼 때, 오늘 이런 시가 더 희망이 있는 것 아니냐"고 작은 미소를 자아냈다.
이날 정치특강에서 박 변호사는 "한나라당 대선자금 문제가 불거졌을 때 이회창 전 총재가 책임지고 감옥 가겠다고 한 것은 국민들이 감동할 모습이다. 그러나 경제를 살리기 위해 기업인들은 선처해달라고 한 것은 문제다. 이번에 검찰이 철저히 수사하지 않으면 같은 일이 계속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이번에 대선자금 내막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임기응변 식이 된다면 우리의 절망은 회복하기 어렵지 않겠냐"고 역설해 대선자금을 받은 사람과 준 사람 모두 "쌍방처벌"하라는 뜻을 강력히 내비쳤다.
<"정치인, 죽어야 산다?... 죽여야 산다!">
박 변호사는 "정치권이 현재 내년 총선을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는데, 내년 총선에서 진정으로 이기는 길은 "죽겠다고 하면 사는 것"이다. 정당이 왜 그렇게 비싼 여의도에 큰 빌딩을 갖고 있느냐. 이미 국회 안에 의원회관과 원내교섭단체 회의실 등이 다 있는데. 양평동 큰 공장건물들 중 하나에 다락방 같은 것 만들어 "의원님들" 계시면 되지 않느냐. 국회에서 양평동까지는 자전거나 셔틀버스로 다니면 된다"고 말해 좌중으로부터 박수갈채를 받았다.
박 변호사는 "우리 국민은 감동을 쉽게 받는 민족이다. 정치인들이 쇼가 아니라 진정으로 서민과 함께 힘들고 슬픈 상황을 나누면서 소박하고 가난하게 살면 우리 국민들은 그런 정치인들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한 뒤 "배곯아 굶는 정치인들이 있다면 우리 국민들은 아마 쌀 한 포대씩 들고 찾아갈 것"이라고 정치인들의 위선적인 삶을 비꼬았다. 그러나 박 변호사는 "정치인들을 욕만 해가지고는 대안이 없다"며 "작은 일이라도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우리가 그냥 이런 상황에 절망하고, 국회의원에 대한 불만을 성토하면 속은 시원하겠지만 뒤는 씁쓸할 것이다. 내년 총선에는 정말 귀를 잘 기울여 "깐깐한 유권자의 꼼꼼한 선택"이 될 수 있도록 우리 지역구 정치인들이 과거에 무슨 말을 하고 다녔는지, 어떤 법안에 찬성하고 반대했는지 잘 살펴보고, 잘 모르겠으면 젊은 사람들에게 물어봐서라도 누굴 찍어야 우리나라가 바로 되는지 알고 투표하면 내년엔 많이 바뀔 것이라고 생각한다."
박원순 변호사는 이번 정치특강에서 20분간 정치권과 재벌에 대해 촌철살인(寸鐵殺人)하는 비판을 쏟아내고, 질의응답을 가졌다. 박 변호사의 특강보다 더 뜨거운 질의응답에 강연장은 더욱 후끈 달아올랐다. 박 변호사가 상의를 벗어 던질 정도로.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환영, 그러나 그들이 법안을 통과시킬까?>
- 정치판을 이렇게 놔둬서야 되겠는가. 이런 상황에서는 깨끗한 인물들이 현실정치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번 다른 시민운동가들과 달리 정치권 입문에 대해 다소 유보적인 태도를 취했다는 보도를 접한 바 있는데.
"예상질문이었다. (웃음) 그러나, 예상답변은 없다. 정치인을 맨날 비판하고, 정치권이 썩었다고 하면서 아무도 정치권에 안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좋은 사람들이 정치권에 많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크게 보면 한국사회에서 "역할 분담" 같은 게 있다고 본다. 개인적 신념에 따라 정치권에 가는 것을 비판해서는 안 된다. 정치권을 물갈이해야 하니까. 그렇지만 시민사회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일거에 다 정치권으로 가버리면 시민사회는 어떻게 하나? 밖에서만 떠들지 말고 들어가서 싹 바꿔버리라고 말하지만, 설사 정치권에 간다고 해서 금방 바뀌더냐? (웃음) 시민사회에서 정치권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기능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 정치자금이나 정치문화를 바꾸기 위해서는 국민소환제가 관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방의회에는 국민소환제가 있지만, 과연 국회의원들이 자기들 손으로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를 통과시킬 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만일 국민소환제가 도입되면 상당히 큰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차라리 "만민공동회" 같이 전국민이 여의도에서부터 몇 줄로 늘어서서 문제제기를 하고 푸는 방법이 더 좋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런 걸 오마이뉴스가 한번 기획해보는 건 어떤가? 우리는 과거 박정희 정권에도 있었을 정치자금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그러나 YS 때부터 엄청난 정치자금의 "뱀의 꼬리"는 본 것 같다. 그때도 검찰이 결코 손대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 검찰은 "대통령이 된 사람의 측근"까지 파고 있다. 과거보다 분명히 발전하고 있다. 문제는 제도화인데, "고양이 목에 누가 방울을 달지" 그 역할을 할 사람이 없다는 게 문제다."
- 지금 문제는 정치권에서 "누가 죽어야 누가 사느냐"이다. 그 중심에 대통령도 서 있다. 이 상황에서 대통령이 어떤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보는가?
"결단을 내려야 될 사람은 많다고 생각한다. 대통령도 물론 그렇다. 지금 중요한 정치의 축을 이루는 분이니까. 노무현 대통령은 한나라당이 불법모금한 정치자금의 1/10을 넘으면 물러난다고 했다.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도 오늘 기자회견을 갖고 노무현 대통령은 1/10이 넘지 않아도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는 걸 들었다. 이건 이전투구인데, 논리적으로는 맞는 말이다. 1/10이 아니어도 불법 선거자금을 썼다면 그것은 중대한 문제다.
노 대통령은 계속 그만두겠다는 말만 하지 말고, 이번 수사가 잘 되도록 보장하고, 수사가 다 끝난 다음에 비록 액수가 상대방(한나라당)보다 적더라도 "내가 이런 불법을 했기 때문에 나는 물러나겠다" 그러면 아마 청와대로 사람들이 몰려가 제발 계속 하라고 할지 모른다. (웃음) 설사 노무현 대통령이 그렇게 물러나게 된다면, 그 자체로서 우리 정치사에 엄청난 일을 하고 물러나는 거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을 꼭 끝까지 하는 게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보다 더 큰 국민적 존경을 받으면 얼마나 좋은가. 현존하는 대통령이 많은데, 우리가 함께 산책하면서 인사하고픈 대통령은 없는 것 같다."
<국민들이 정치인 "미아리 텍사스" 비용까지 대야 하나?>
- 내년 총선에는 투표인단이 30% 이하로 떨어지면 국회의원 안된다 뭐 이런 제도를 만드는 것은 어떻겠는가? 정치개혁을 위해서 일종의 "국민투표 파업" 같은 것도 고려해볼 만한 것 아닌가.
"정치허무주의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들은 여의도 국회의 문을 닫고 모두 거제도로 보내야 한다고 말하는데, 그게 해결책은 아니라고 본다. 희망을 멀리하기 보다 현실에서 가능한 것을 하나씩 하는 게 좋다. 보이코트는 정치인들을 각성시키는 하나의 수단이라는 데 동의하지만, 물론 아직 법률적 검토는 해보지 않았지만, 투표파업을 하면 지금 정치하는 사람들이 다음 선거 때까지 계속할텐데, 그걸 그냥 놔둬야 하는 게 옳은지 그것도 생각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 나는 "정치인이 죽어야 산다"고 생각하지 않고, "죽여야 산다"고 생각한다. 이 말은 더 이상 정치권은 자정노력으로 깨끗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썩은 정치를 법령으로 해산시키는 운동을 해볼 생각은 없는지.
"오늘 또 "죽여야 산다"는 명언이 나왔다. (웃음) 법적으로 엄격히 따져봐야겠지만, 우리나라 법중 가장 센 법이 "국민정서법"이다. (웃음) 참여연대는 대학생 자원활동가들과 함께 정당의 정치자금을 실사한 적이 있다. 이때 700∼800억원의 정당보조금 중 "반" 정도가 영수증이 없고, 심지어 총재사모님 오찬비와 미아리 텍사스 비용으로 70만원을 쓴 것도 나왔다. 국민세금으로 정치인 화대도 대주고 있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분노할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그러나 평소 국민들은 이런 문제에 관심이 별로 없다. 그런 정당은 존재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이 지난 선거를 통해 다 용서해주는 게 아닌가 싶었다."
약 1시간 가량 진행된 "제2회 오마이포럼"에서 박원순 변호사의 강연 끝에 참석자들은 너나없이 손을 들고 질의에 나섰다. 그만큼 한국정치에 관심과 우려를 표명하는 국민들이 많다는 것. 오늘 "오마이TV"를 통해 실시간 생중계된 박원순 변호사의 정치특강을 일반시민들이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들었을 리는 만무하다. 그러나, 내년 총선을 앞둔 시점에 박원순 변호사가 던진 마지막 멘트는 꼭 새겨둘 필요가 있다.
"정치를 올바로 이끌 책무는 우리 모두에게 있다. 누구 하나 공격해 비판하면 잠깐 통쾌할 지 모르지만, 내년 총선 당일에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로서 우리는 지금 어떻게 하면 "어제 보다 나은 내일을 만들 것인지" 고민해보는 것도 매우 의미있는 일일 것이다. 희망은 버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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