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보란 듯 파리협정 재탈퇴…美 기후정책, 어떻게 바뀌나

양지윤 기자I 2025.01.21 17:13:48

오바마 비준 후 정권 바뀔 때마다 '오락가락'
트럼프 "불공정한 갈취" 맹비난
석유·시추업체 생산량 확대 등 규제는 완화
"세계 기후변화 대응 노력에 타격 줄 수도"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파리기후변화협정을 재탈퇴하며 ‘2기 행정부’의 출발을 알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취임 후 곧바로 지지자들이 보는 앞에서 파리기후협약 탈퇴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조 바이든 행정부 지우기에 나섰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탈퇴로 미국의 기후 정책이 후퇴하는 것은 물론 세계적인 기후위기 대응 의제가 약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일인 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로이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의 연방의회 의사당 실내 취임식 후 지지자들이 모여 있는 실내 경기장 ‘캐피털원 아레나’를 찾아 연설한 뒤 파리기후변화협정 재탈퇴를 비롯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파리기후변화협정은 2015년 12월 프랑스 수도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총회(COP21)에서 채택된 기후위기 대응 국제협약이다. 지구의 평균 온도 상승을 산업혁명 이전 대비 섭씨 2도 이내로 제한하고, 이상적이게는 섭씨 1.5도가 넘지 않도록 국제 사회가 노력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미국은 정권에 따라 기후정책이 오락가락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정이 채택될 당시 협상에 적극 동참해 서명과 비준을 마쳤다. 초강대국 미국의 참여로 세계적 기후 위기 대응 관련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인은 1기 정부 시절인 2019년 11월 미국에 불공평하다는 이유로 파리 기후협약에서 탈퇴했다. 이후 바이든 대통령은 2021년 1월 취임 첫날 이를 곧장 복원했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집권 첫날 이를 다시 뒤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파리기후변화협정에 대해 “나는 즉각 불공정하고 일방적인 파리 기후변화 협정 갈취(rip off)에서 탈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여전히 오염물질을 배출하며 그 물질이 미국으로 날아온다면서 “우리는 더 이상 우리 산업을 사보타주(파괴 공장)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 선언에 대해 “미국의 지방정부와 기업이 비전과 리더십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에둘러 유감을 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기후변화협정 재탈퇴를 선언한 건 미국의 석유·가스 시추업체의 생산량 확대를 위해 에너지 규제를 완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취임식에서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석유·가스 시추를 지지하겠다고 공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즉각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석유 시추를 지시하겠다”며 “우리는 대량의 석유와 가스 등을 수출해 부유한 국가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우리는 물가를 내리고, 전략 비축유를 최상위까지 다시 채우고, 미국 에너지를 수출할 것”이라고 밝혀 에너지 정책 전환을 예고했다.

미국의 파리기후변화협정 이탈로 기후 정책이 느슨해지는 것에서 나아가 세계적으로 기후변화 위기 대응 논의가 약화할 것이란 경고도 나온다. 미국은 중국에 이어 탄소 배출량이 두 번째로 많은 국가로, 미국의 참여 없이는 기후 변화로 인한 충격을 억제하는 데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의 전 세계 기후 노력에 대한 거부가 더 빨리, 새 대통령이 해외와 국내의 극우 동맹을 더 많이 확보하고 있는 시점에 발효돼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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