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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제사주재자, 연장자가 맡아야"…"아들 먼저" 판례 변경

김윤정 기자I 2023.05.11 15:42:29

"성별차별 금지하는 헌법에 반한다"…15년만 판례 변경
"법원, 배우자 포함해 유해 등 귀속자 개별 판단" 의견도

[이데일리 김윤정 기자] 상속인들 간 합의가 없으면 제사주재자는 가장 가까운 직계비속 중 연장자가 맡아야 한다는 새로운 법리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내놓았다. 아들에게 먼저 제사주재자 권한을 줬던 종전 판례는 15년 만에 뒤집혔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사진=방인권 기자)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조재연 대법관)은 11일 A씨 유해 인도 소송 상고심 선고기일을 열고 협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 망인의 장남이 제사주재자가 된다고 본 종전 대법 전합 판결을 변경했다.

앞서 망인 A씨는 1993년 2월 B씨와 결혼해 두 딸을 뒀다. A씨는 B씨와 혼인관계를 이어가던 2006년 11월 C씨 사이에서 혼외자인 아들 D씨를 두게 됐다.

이후 2017년 4월 A씨가 사망하자 C씨는 A씨 유해를 경기 파주 추모공원 내 봉안당에 봉안했다.

이에 B씨와 두 딸은 C씨와 해당 추모공원 운영 재단을 상대로 A씨 유해 인도 소송을 제기했다.

1·2심 법원은 아들 D씨가 제사주재자로서 A씨 유해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고 보고 B씨 측 청구를 기각했다.

이는 2008년 11월에 선고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07다27670)에 따른 것인데, 공동상속인들 사이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경우 적서를 불문하고 장남이나 장손자가 제사주재자가, 아들이 없는 경우에는 장녀가 제사주재자가 된다.

이러한 판례는 15년 만에 뒤집혔다.

대법관 9명은 “종전 전원합의체 판결 법리는 더 이상 조리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다수 의견을 냈다.

대신, 상속인들 사이의 협의가 없다면 피상속인의 직계비속 중 성별, 적서를 불문하고 가장 가까운 연장자가 제사주재자가 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장남 또는 장손자 등 남성 상속인을 제사주재자로 우선하는 것은 “성별에 의한 차별을 금지하고 개인의 존엄과 양성평등에 기초한 혼인과 가족생활을 보장하는 헌법 조항에 합치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다수 의견은 “종전 전원합의체 판결에 의하면, 여성 상속인은 장남 또는 장손자 등 남성 상속인의 동의 없이 제사주재자가 될 수 없고 공동상속인들 사이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여성 상속인은 피상속인에게 아들, 손자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제사용 재산의 승계에서 배제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직계비속 중 가장 가까운 연장자라고 해도 제사주재자 지위를 인정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는 예외다. 정상적으로 제사를 주재할 의사나 능력이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 피상속인의 의사, 공동상속인 다수의 의사, 피상속인과의 생전 생활관계 등이 고려된다.

이로써 A씨 관련 사건은 2심을 심리한 서울고법에서 재차 판단을 받게 됐다.

대법원은 “망인의 직계비속 중 남녀를 불문하고 가장 가까운 연장자를 제사주재자로 우선하되 그 사람이 제사주재자가 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사유가 있는지 심리해 누가 제사주재자인지 판단했어야 했다”며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환송했다.

반면 대법관 4명은 “종전 전원합의체 판결 변경에는 찬성한다”면서도 “상속인들 사이 협의가 없을 경우 법원이 유체·유해 등 귀속자를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하며 배우자도 이에 포함해야 한다”는 별개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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