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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 '생존 비법' 적용해 mRNA 치료제 수명 3배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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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광범 기자I 2026.08.14 08: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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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S 김빛내리팀, 바이러스 337종 분석해 RNA 조절 원리 규명
신규 요소 Pt1 발굴, mRNA 안정성·생산율 획기적 향상 기대
세계적 학술지 '셀(Cell)' 게재… 차세대 신약 플랫폼 기대

(왼쪽부터) 교신저자 김빛내리 IBS RNA 연구단장, 공동 제1저자 서제니 IBS RNA 연구단 박사후연구원, 이채민 IBS RNA 연구단 학생연구원.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왼쪽부터) 교신저자 김빛내리 IBS RNA 연구단장, 공동 제1저자 서제니 IBS RNA 연구단 박사후연구원, 이채민 IBS RNA 연구단 학생연구원.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바이러스가 생존을 위해 발달시킨 ‘RNA 보호 전략’을 활용해 메신저 리보핵산(mRNA) 치료제와 백신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mRNA는 체내에 들어가면 빠르게 파괴되는 한계가 있는데, 바이러스가 유전자를 오랫동안 지켜내는 방 방식을 응용해 이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기초과학연구원(IBS) RNA 연구단 김빛내리 단장(서울대 석좌교수) 연구팀이 337종에 달하는 척추동물 감염 바이러스를 대규모로 분석해 RNA의 안정성과 단백질 생성을 높이는 조절 요소를 발굴하고 작동 원리를 규명했다고 14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세계 최고 권위의 국제 학술지 ‘셀(Cell)’에 14일 게재됐다.

바이러스는 아주 작은 유전체로 자신의 유전정보를 효율적으로 작동시키기 위해 숙주 세포의 RNA 조절 시스템을 정교하게 활용하도록 진화해 왔다. 원래 단백질 생산에 필요한 mRNA는 말단의 ‘poly(A) 꼬리(아데닌 염기 꼬리)’가 짧아질수록 세포 내 효소에 의해 쉽게 분해된다. 하지만 바이러스는 숙주 세포의 RNA 조절 효소를 이용해 이 꼬리를 보호하고 분해를 막는 다양한 전략을 발달시켰다.

연구진은 척추동물 감염 바이러스 297개 속, 337종의 유전체를 약 20만 개의 RNA 조각으로 나눠 분석했다. 그 결과 ‘TENT4’라는 세포 내 효소를 활용해 RNA 안정성과 단백질 생성을 높이는 조절 요소 23개를 발굴했다. 이들은 서열과 구조적 특징에 따라 6가지 유형으로 구분됐으며, 계통이 서로 다른 바이러스들이 동일한 숙주 조절 시스템을 독립적으로 활용하도록 진화했음을 보여준다.

특히 연구진은 TENT4를 이용하지 않는 새로운 조절 요소 중 강력한 효과를 보인 ‘Pt1’에 주목했다. 뱀장어 피코르나바이러스(Potamipivirus)의 유전체 말단 부위에서 발견된 Pt1은 poly(A) 꼬리를 합성하는 효소인 ‘PAP’를 직접 끌어들여 짧아지는 poly(A) 꼬리를 지속적으로 연장한다. 쉽게 말해, mRNA 분해 속도보다 꼬리를 더 빠르게 다시 붙여 가며 수명을 연장하는 원리다.

그동안 PAP 단백질은 주로 세포핵 안에서 여러 RNA에 광범위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번 연구를 통해 세포질에서도 특정 RNA를 선택적으로 조절할 수 있음이 새롭게 밝혀졌다.

Pt1을 일반적인 선형 mRNA에 적용한 결과, 꼬리의 아데닌 염기가 60개에서 194개까지 늘어났으며 세포 내 반감기가 7.6시간에서 23.1시간으로 약 3배 증가했다. 이는 기존에 구조상 가장 안정적이라고 알려졌으나 제조가 어려운 ‘원형 RNA’ 수준에 해당하는 안정성이다.

단백질 총 생산량 측면에서도 Pt1을 포함한 선형 mRNA는 일반 선형 mRNA 대비 5배, 원형 RNA 대비 약 9배 높은 효율을 보였다. 생쥐를 이용한 동물실험에서도 일반 RNA 신호는 1일 만에 사라진 반면, 조절 요소를 포함한 선형 mRNA는 투여 2주 후에도 신호가 유지되며 뛰어난 약효 지속성을 증명했다.

연구진은 숙주의 RNA 꼬리 조절 효소를 활용해 RNA 안정성과 단백질 생성을 높이는 이러한 바이러스 RNA 조절 요소들을 ‘테일론(tailon)’으로 명명했다.

이번에 발굴된 조절 요소들은 코로나19 mRNA 백신 등에 사용되는 변형 염기(메틸수도유리딘)가 포함된 조건에서도 활성을 그대로 유지했다. 이로써 제조가 상대적으로 용이한 선형 mRNA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안정성과 단백질 생산 효율을 대폭 끌어올릴 수 있게 되어, 향후 mRNA 백신과 희귀질환 및 암 치료제 개발에 폭넓게 활용될 전망이다.

김빛내리 단장은 “이번 연구는 바이러스가 숙주 세포의 RNA 조절 시스템을 이용하는 정교한 전략을 대규모로 밝혀낸 성과”라며 “기존 mRNA 치료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고 약효 지속성을 대폭 높일 수 있는 강력한 분자 도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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