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을 수사 중인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앞서 류미진 전 서울경찰청 인사교육과장(총경)과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박희영 용산구청장,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등 6명을 입건하고 8일 경찰청장실과 용산구청장실 등에 대한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이 가운데 최 서장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다. 특수본은 이태원 참사 발생 당시 현장에 종로소방서 구급차가 먼저 도착하는 등 용산소방서의 현장 출동 처리 등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사건 당일 이태원119안전센터에 대기하던 용산소방서 구급차는 이태원역 인근에서 발생한 머리출혈 환자를 이송하기 위해 밤 10시7분 센터를 떠났고 약 8분 뒤인 10시15분 참사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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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출신인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단지 타 관할보다 늦었다고 해서 과실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당시 도착이 늦어진 것은 다른 환자 이송으로 인한 불가피한 이유였던 것으로 보이는데 그런 우연의 상황을 가지고 형사처벌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과거 삼풍백화점 사고 당시 경찰·소방의 구조가 늦었다고 처벌하지 않았다”며 “2017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사건에서도 소방 도착이 좀 늦어진 것이 문제가 됐지만 기소하지 않은 전례가 있다”고 덧붙였다.
판사 출신인 윤정근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과실치사 적용 요건에 대해 “행위자(소방서장)의 행위와 피해자 사망간의 인과관계, 행위자의 주의의무, 행위자의 태만이 입증돼야 하고, 여기에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는 것이 추가되면 업무상 과실치사가 적용된다”며 주요 쟁점을 짚었다.
다시 말하면 이태원 참사같은 상황에서 소방서장 또는 소방관에게 어디까지 주의의무가 있다고 봐야 하는지 등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당시 인명피해가 없었어야 하는 것인지, 여건이 충분했는데 일부러 조치를 안 한 것인지, 출동만 안 늦었으면 사망 등의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을지 등 수사 단계에서 여러가지 측면의 검토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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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관계가 아직 다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이 변수로 작용하거나, 과거 해경 처벌 선례처럼 주의의무 부분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신중한 의견도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검사 출신의 한 대형 로펌 소속 A변호사는 “용산경찰서장의 경우 통상적이지 않은 행동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비난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했다”며 “용산소방서장 입건과 관련해서 새로운 근거나 자료가 파악된 것인지는 지켜보면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용산소방서장은 누가 봐도 최선을 다한 모습이었다”면서도 “열심히 도우려고 했다는 추정만 갖고는 주의의무 수준이 면책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과거 해경을 처벌한 선례가 있다. 구조를 안 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도와주러 왔는데 최선의 주의의무를 하지 않아서 처벌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특수본의 용산소방서장 입건 사례는 해당 혐의의 입증 가능성을 떠나 이번 사고의 중대성을 보여주는 단면으로도 해석됐다.
윤 변호사는 “일반적인 사건같으면 먼저 조사를 진행한 뒤 입건하는 수준으로 진행했겠지만 이번 사안은 워낙 큰 사건이다보니 신속한 조치 차원에서 일단 입건한 것으로 보인다”며 “사실관계에 대한 신중한 검토를 거쳐서 법 적용이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A변호사는 “입건이라는 것은 하나의 수사권한 행사인데 공감대가 충분히 있는 수사인지에 대해서는 애매한 점이 있다”며 “현장에서 눈에 보이게 수고한 용산소방서장을 수사선상에 같이 올려놓은 것은 보기에 씁쓸한 느낌도 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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