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는 왕성하게 늘어나는 반면 부품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해 생기는 실적 부진으로, 이 같은 공급 부족이 장기화할 경우 글로벌 경기 회복에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일본 경제매체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이날 세계 최대 노트북 위탁생산업체(ODM)인 컴팔전자가 발표한 4월 매출이 전년동월대비 5% 감소했다. 앞서 1분기(1~3월)에 전년동기대비 48%나 늘어났던 매출액에 급제동이 걸린 셈이다. 주력 매출처인 미국의 델과 중국 레노버그룹 등으로 나가던 매출이 2분기부터 줄어든 탓이다.
사실 반도체 공급 부족은 작년 말부터 시작됐지만, 그 와중에서도 재고 비축 등으로 인해 올 1분기까지만 이 같은 위탁생산업체들의 실적은 상승세를 이어왔다. IDC에 따르면 올 1분기 전 세계 PC 출하대수는 1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55%나 늘어났다.
그러나 4월부터는 공급량을 맞추는데 한계가 보이고 있는 것. 한 업계 관계자는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수요에 맞춰 공급을 계속 늘려 왔지만, 최근 들어서는 부품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안은 탓에 PC나 스마트폰 생산도 정체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니혼게이자이가 미국 애플 등 IT 대기업에 주요 전자제품을 조립 생산해 납품하는 대만 19개 상장사 매출을 분석한 결과, 19개사 중 15개사의 4월 매출액은 3월에 못 미쳤다. 이들 19개사의 매출액 합계액은 4월에도 전년동월대비 18% 늘어났지만, 그 증가율은 작년 10월부터 올 3월까지 5개월 간에 기록한 20~50%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특히 19개사 중 6개사는 아예 매출이 줄었다.
일례로 혼하이정밀(폭스콘)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아이폰은 생산해 납품하는 페가트론은 4월 매출이 10%나 줄었다. 또 스마트폰 전용 광학 렌즈로 세계 최대 규모로 생산하는 다리광전(大立光電)의 매출은 27%나 급감했다.
이처럼 대만 IT업체들의 실적 부진은 글로벌 디지털 경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실제 대만 IT기업들의 실적은 글로벌 경기를 점치는데 중요한 선행지표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아이폰 생산의 경우 100%를 대만 기업들이 맡고 있고, 서버의 90%와 PC의 80%, 반도체의 60% 이상을 각각 대만 IT업체들이 담당하고 있다.
스마트폰업계에서는 이미 반도체 부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중국 최대 씽크탱크 중 하나인 중국정보통신연구원에 따르면 세계 최대 스마트폰시장인 중국에서의 4월 스마트폰 출하 대수는 34% 감소했다. 1분기에는 100% 가까이 늘었다.
류영위이 혼하이정밀 회장도 지난 14일 기자회견에서 “스마트폰 부품 부족 현상이 2분기에는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대만의 대표적인 패널 제조사인 AU옵트로닉스 측도 “패널 가격도 역대 최장 기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면서 “특히 4월말부터 온라인 교육용 PC 대량 주문이 이어지면서 패널 가격도 상승히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