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고교 무상교육비' 시도교육청이 부담해야

신하영 기자I 2025.01.16 15:13:32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고교 무상교육 비용의 47.5%를 국고로 부담하는 내용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에 대해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했다. 국회에서 해당 개정안이 재의결되지 않으면 앞으로 고교 무상교육 비용은 모두 교육청이 부담해야 한다. 교육청들은 이에 반발하고 있다. 정근식 서울교육감은 “재정적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교육부보단 시도교육청의 재정 여력이 크다는 게 교육계 중론이다. 올해 각 교육청에 나눠주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만 해도 작년보다 3조4000억원이 증액됐다. 여기에 1조6000억원의 담배소비세를 지방교육세에 전입토록 한 규정의 일몰 시점이 2년 연장됐으며 전체 교육청의 재정안정화 기금도 6조원이 남은 상태다. 고교 무상교육 전체 예산 1조9920억원을 전국 17개 교육청이 충분히 분담하고도 남는 것이다.

전국 시도교육청은 교육교부금의 꾸준한 증액 덕분에 현금성 복지 지출을 늘려왔다. 강원교육청이 교직원에게 주는 100만원 이상의 출산 축하금이 대표적이다. 서울교육청이 2021년부터 초·중학교 신입생에게 20만~30만원을 지급하는 입학지원금도 현금성 복지로 분류된다. 서지영 국민의힘 의원이 전국 17개 교육청으로부터 받은 청사 등 신 개축 현황에 따르면 현재 전국의 교육청과 교육지원청이 건축 중이거나 계획한 공사는 41건에 달한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교육교부금 규모는 2024년 기준 68조8732억원에서 2028년 88조6871억원으로 19조8139억원(28.8%) 증가할 전망이다. 학생 수는 매년 줄고 있는데 교육교부금은 꾸준히 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청들이 고교 무상교육처럼 꼭 필요한 예산마저 정부에 기대려고 한다면 이는 오히려 ‘교육교부금 삭감’ 주장에 힘을 실어주게 된다. 학생 수가 감소한다고 무조건 교육교부금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지 않으려면 각 교육청은 현금성 복지나 청사 신축보다는 고교 무상교육 예산 배정에 더 신경 써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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