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 정책·이조심판 주장에도 타오르는 ‘정권심판론’
2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최근 유세 현장에서 읍소 발언을 하는 일이 늘고 있다. 한 위원장은 전날 부산 유세에서 연일 ‘기회를 달라’고 읍소했다. 한 위원장은 “여당을 이끄는 사람으로서 여러분이 정부와 여당에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점에 대해서 너무 죄송하다”며 “(여러분이) 저에게 한 번도 기회를 준 적 없는데 이렇게 사라지게 둘 것인가. 한번 더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
원희룡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 역시 전날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윤석열 정부 부족한 것 많다”면서도 “임기 2년 만에 치르는 국회의원 선거는 정권을 끝내는 대통령 선거가 아닌 국정 운영 동력을 보충하는 선거다. 일할 만큼의 의석은 달라”고 읍소했다.
이처럼 국민의힘이 선거 막판에 읍소 전략을 꺼내든 것은 민생공약 발표, 이조(이재명·조국)심판 등 갖가지 선거 전략이 통하지 않고 있어서다.
한 위원장은 연일 전국을 다니며 민생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한 위원장은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지난달 28일 라면·설탕 등 생필품에 대해 부가가치세를 10%에서 5%로 인하할 것을 정부에 요구했고 전날엔 부가가치세 간이과세자 적용 기준을 연 매출 8000만원에서 2억원으로 상향 조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민생 공약 발표를 통해 여당이 가진 프리미엄을 드러내 정권 지원론에 힘을 실으려는 모양새다.
이와 함께 이조심판을 내세우고 있다. 한 위원장은 전날 부산 해운대 지원 유세에서 영화 ‘범죄와의 전쟁’을 언급하며 “영화 명대사중 ‘깡패들 싸움에도 명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깡패들 싸움에도 명분이 필요한데 이재명과 조국이 표 달라고 하는 명분이 무엇인가. 자기 감옥 안가겠다, 죄짓고 처벌받게 생겼으니 대한민국에 복수하겠다 이거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이같은 전략에도 여전히 판세는 국민의힘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동아일보가 리서치앤러시치에 의뢰해 지난달 28~29일 전국 유권자 1004명을 대상으로 무선전화 면접 방식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오차범위 ±3.1%) 결과 ‘오늘 투표일이면 어느 정당 후보에게 투표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45.5%가 더불어민주당이라고 응답해 국민의힘(34.7%)보다 10.8%포인트 앞섰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
하지만 읍소 전략이 먹힐지는 미지수다. 과거 사례를 보면 최근 들어 읍소 전략이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21대 총선 당시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대표는 큰절 유세를 하며 지지를 호소했지만 참패했다. 2022년 지방선거 당시 박지현 민주당 공동상임선대위장은 “정말 잘못했다. 백 번이고 천 번이고 사과드리겠다”며 호소문을 발표했지만 광역단체장 17곳 중 12곳을 국민의힘에 빼앗겼다.
전문가들은 이미 읍소 전략은 유권자들에게 학습된 전략이라며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이미 수차례 읍소 전략을 경험하면서 단순히 감정적으로 도와달라고 하는 것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며 “결국 정부와 여당이 그간의 행보에 대해 처절하게 사과하고 중도층을 움직이기 위한 민생 정책을 함께 발표하는 방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이와 함께 현재 한 위원장에 몰려 있는 스피커를 다변화하기 위해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등과 함께 남은 선거 기간을 이끌어가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