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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 1100년… 전 세계 ‘고려’가 모였다, 북한은 빠졌다

이정현 기자I 2018.12.03 14:10:49

왕건상 없이 개막하는 ''고려전''
국내외 협조 속 450여 점 전시
통일 융합 창의 끈기 등 고려 진면목
"북한 참여 기다린다"

‘대고려 그 찬란한 도전’ 전시에 북한 왕건상의 자리가 비워진 채 옆자리에 희랑대사좌상이 전시되어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북한 측이 왕건상을 대여할지 아직 확정되지 않아 왕건상의 자리를 비워두고 설치예술 형식으로 전시를 개막한다고 밝혔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꼭 올 거라고 생각하고 자리를 비워놓았습니다.”

고려 건국 1100주년을 맞아 열리는 국립중앙박물관 ‘대고려 그 찬란한 도전’ 전시가 북한의 왕건상 없이 열린다.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은 3일 서울 용산구 서빙고로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국내외 45개 기관이 소장한 고려 문화재 450여 점을 한자리에 모았으나 아쉽게도 왕건상은 아직 모시지 못해 자리만 남겨놓았다”며 “전시할 것으로 믿으며 빈자리는 그 마음을 상징한다”고 말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4일 개막하는 ‘대고려 그 찬란한 도전’에서 북한이 소장하고 있는 왕건상을 비롯해 유물 17여 점을 대여해 전시할 계획을 세웠다. 왕건상은 1992년 개성 현릉 외곽에서 나온 청동 좌상이다. 애초 불상으로 알려졌으나 세종실록에서 왕건 조각상을 태조릉 옆에 묻었다는 내용이 확인되면서 왕건인 것으로 본다. 고려 건국 1100주년을 기념한 전시에 간판이 될 것으로 봤다.

하지만 북한의 참여 결정이 늦어지면서 개막 일정에는 맞추기 어렵게 됐다. 박물관은 왕건상이 놓일 장소를 비워놓은 채 전시를 시작한다. 이후 북한의 대여 결정이 나온다면 전시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배 관장은 ‘대고려 그 찬란한 도전’이 고려의 보물을 전시하는데 그치는 게 아니라 통일과 융합 등 문화 전반을 조명하고 민족사적인 의미를 더하는 계기가 될 거로 봤다. 그는 “고려는 민족의 재통일과 융합, 창의성 그리고 국난을 딛고 팔만대장경을 만들어내는 끈기가 있었다”며 “상대적으로 조명받지 못한 고려의 가치를 되새기고 지금의 과제이기도 한 통일의 의미를 환기하겠다”고 말했다.

“100년 이내에는 이 정도 전시를 보기 어려울 것이다.” 배기동 관장은 ‘대고려 그 찬란한 도전’을 내놓으며 자신감 있게 말했다. 전시품의 규모와 질적인 면에서 일제강점기 이후 고려 미술을 종합적으로 고찰하는 최대 규모 전시이기 때문이다.

전시는 고려의 수도인 개경을 다룬 1부와 고려의 국교이자 정점을 이뤘던 불교문화의 2부, 고려인의 차문화를 조명한 3부, 세밀함과 화려함 그리고 예술성이 빛난 기술과 디자인의 4부로 구성했다. 왕건상의 참여 여부는 불투명하나 이탈리아에서 온 14세기 ‘아미타여래도’, 가장 오래된 화엄경 목판인 ‘대방광불화엄경수창연간판’, 미국 보스턴박물관이 소장 중인 현존 유일 고려 시대 은제 주자 ‘은제주자와 승반’ 등을 비롯해 국보 19건, 보물 33건을 직접 볼 수 있다.

‘대고려 그 찬란한 도전’은 내년 3월3일까지 열린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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