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변동성 높을수록 수익 극대화…'외국인 단타 놀이터' 전락한 韓증시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김경은 기자I 2026.07.23 08:57:48

Google 검색에서 이데일리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프로그램이 움직이는 증시]②
상반기 프로그램 순매도 104조원…5년 평균의 15.5배 폭증
코스피 거래대금 중 프로그램 비중 4분의1→3분의1로 급증
고빈도 알고리즘 매매 급증세, 장중 변동성 높아야 수익률 높아져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올 상반기 국내 증시에서 사이드카가 역대 최다인 40차례 발동했다. 매도사이드카 20회, 매수사이드카 20회를 합한 수치로, 유가증권시장 사이드카 제도가 도입된 1996년 11월 이후 가장 많다. 종전 최다였던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2008년(26회)을 크게 웃돌며, 반 년여만에 이 기록을 갈아치웠다.

반도체 대형주 쏠림에 따른 국내 증시의 변동성은 외국인들의 단타 놀이터의 타깃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알고리즘과 프로그램 매매가 급증하면서 기계적 매도·매수가 변동성 확대의 한 원인으로도 지목된다. 시장 수급의 구조적 변화를 감안하면 증시 변동성 완화를 위한 제도적 정비가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상반기 프로그램 순매도 104조원 몰려...평시 대비 15.5배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상반기 프로그램 거래규모가 급격히 증가한 가운데, 프로그램을 통한 코스피 시장 순매도 규모가 104조68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최근 5개년도(10개 반기) 평균치인 6조7200억원 대비 약 15.5배 불어난 것으로 이례적인 수준으로 평가된다.

프로그램 거래 규모도 급격히 늘어난 모습이다. 올 상반기 코스피 거래대금 대비 프로그램 매도 비중은 5년 평균 23.21%에서 31.59%로 8.38%포인트, 매수 비중은 29.22%로 평균 22.74% 대비 6.48%포인트 높다. 통상 증시 거래대금의 4분의 1가량을 차지하던 프로그램 매매가 올 상반기에는 3분의 1까지 그 비중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증시의 주요 수급주체로 떠오른 셈이다.

프로그램 매도·매수는 올 상반기 각각 1381조8340억원, 1277조7660억원으로 평균 대비 각각 320.8%, 297.3%씩 늘어, 같은 기간 코스피 거래대금 증가율(209.2%)을 100%포인트 안팎 웃돈다.

프로그램 매매는 투자자가 미리 설정한 조건에 따라 다수의 개별 종목을 한꺼번에 사고파는 자동화된 거래 방식이다. 지수 선물·옵션 간 가격 차이를 이용해 차익을 노리는 ‘차익거래’와 동일인이 코스피 구성종목 중 15종목 이상을 일시에 매매하는 ‘비차익거래’로 나뉜다.

차익거래와 비차익거래에서 고르게 늘어난 가운데, 프로그램 매매의 95%를 차지하는 비차익거래를 중심으로 상반기에만 107조원 규모의 매도물량이 출회됐다.

출처:한국거래소
출처:한국거래소
“변동성은 알고리즘 단타 먹잇감...변동성 확대 유도할수도”

올해 이같은 프로그램 매매 확대의 배경으로는 단연 한국 증시의 ‘변동성’이 꼽힌다. 변동성이 높을수록 프로그램 매매를 통한 수익을 포착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선물과 현물의 가격 괴리를 좇는 차익거래는 변동성이 커질수록 선물과 현물의 괴리, 이른바 베이시스(현·선물 가격차)가 확대되며 기계적인 매매가 더 자주, 더 크게 유입되는 구조다. 베이시스가 벌어지면 차익거래 프로그램은 이를 메우기 위해 대량 주문을 넣고, 이 주문은 현물 대형주를 한 방향으로 몰아 가격을 더 흔들 수 있다. 즉 차익거래는 본래 시장 효율을 높이는 기능을 하지만, 장세가 불안할수록 가격 등락을 따라붙는 자동 주문이 지수 급등락의 증폭기 역할도 하는 셈이다.

차익거래 시장은 주로 기관과 연기금이 주도하는 시장으로, 올 상반기에는 약 3조원 규모의 순매수가 나타났다.

차익거래의 시장 변동성 확대와 관련해 증권금융학계에서는 대체로 괴리된 베이시스를 완화하며 시장 안정에 기여하나, 급등락 장에서는 선물·현물 간 가격 괴리를 빠르게 좇는 과정에서 단기 변동성을 키우는 경향이 높다는 결론이 우세이다.

관건은 외국인 주도 시장인 비차익 프로그램 매매에서 이례적으로 출회된 107조원 규모의 매도 물량이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내 프로그램 매매 비차익의 90%가량을 외국인이 차지한다”며 “순매도 물량이 이례적으로 늘어난 원인은 외국인의 대량 매도 일부가 프로그램 매매로 잡혀 나온 결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매매패턴에서는 외국인의 전통적인 바스켓 매매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특이점이 있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는 지수를 추종하는 대량 바스켓 매매가 아닌 대형주 쏠림에 따른 변동성 장세에 단기 수익 추구 고빈도 알고리즘 거래가 한 원인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외국인들은 전통적으로 우량주 장기투자 위주였으나, 2020년을 전후로 회전율이 높고 주문·취소 빈도가 잦은 ‘고빈도 알고리즘 매매(HFT)’ 전략으로 옮겨갔다. 금융공학 기반의 알고리즘을 활용한 종목 선택과 고성능 컴퓨터 등을 이용해 매매타이밍을 포착하면서 단타의 낮은 수익률을 극복했다는 분석도 제기되며, 명실상부 주식시장의 주도세력으로 변화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실제 최근 국내에서도 외국계의 HFT 등록자가 급증했고, 이들이 프로그램 매매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HFT에 정통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우량주를 길게 보유하는 방식보다 초단기 주문을 반복적으로 내는 외국인 거래 규모가 2020년 무렵 이후 눈에 띄게 커졌다”며 “미국이 주 무대였던 HFT가 금융규제가 강화되며 수익성이 낮아지면서 아시아로 이동하고 있고, 변동성이 높은 장에서 수익포착기회가 큰 만큼 한국 시장이 주무대가 됐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중변동성은 데이트레이딩 전략의 투자성과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라며 “수익극대화를 위해 HFT가 인위적으로 변동성을 확대시키고 시장을 교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금융당국의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최근 사이드카 빈발은 단순한 외국인의 대형주 집중 매도와 더불어 HFT의 확산, 차익거래 기회의 확대가 맞물리며 시장의 속도 자체가 빨라졌고 그 결과 사이드카가 더 자주 등장했다는 해석에 무게를 둬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한국 증시가 프로그램과 알고리즘 장세에 좌우되는 새로운 매매 환경에 들어선 만큼, 변동성을 제어하고 국내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근본적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