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넥신, ‘바이오프로탁’ 플랫폼 추가…“3개 플랫폼 보유 바이오벤처로 도약”

김새미 기자I 2024.11.29 17:48:06

제넥신, 29일 마곡 본사서 주주간담회 개최
2026년 기술수출 목표로 바이오프로탁 신약 R&D 박차
에페사, GX-H9, GX-G6 등 기존 파이프라인 상용화 성과 임박

[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제넥신(095700)이 하이브리드 Fc(Hybrid Fc)와 DNA 백신 플랫폼에 ‘바이오프로탁’(BioPROTAC)이라는 새로운 플랫폼 기술을 추가해 3개의 플랫폼기술을 가진 바이오 회사가 됐다.”

제넥신 홍성준 대표는 29일 서울시 강서구 제넥신 본사에서 주주간담회를 열고 발표를 진행했다. (사진=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홍성준 제넥신 대표는 29일 서울시 강서구 제넥신 본사에서 열린 주주간담회에서 지난달 합병을 마친 이피디바이오테라퓨틱스(이하 EPD바이오)로 연구개발(R&D) 역량을 강화했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바이오프로탁’ 신약으로 2026년 기술수출 겨냥

EPD바이오는 혁신 표적단백질분해제(TPD)인 바이오프로탁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업체다. 아나이스에서 개발한 프로탁(PROTAC)은 타깃 단백질에 대한 리간드와 E3 연결효소에 대한 리간드로 구성돼 있다. 리간드란 타깃에 달라붙을 수 있도록 하는 케미칼 구조를 의미한다. 기존 프로탁 기술에는 E3 리가아제와 결합하는 리간드(E3 ligase ligand)가 필수적인데 EPD바이오는 E3 리간드 없이 바로 E3 리가아제를 붙였다는 게 특징이다.

최재현 제넥신 부사장은 29일 열린 제넥신 주주간담회에서 ‘바이오프로탁’ 기술에 대해 설명했다. (사진=이데일리 김새지 기마)
EPD바이오의 창립자이자 제넥신의 R&D를 총괄하게 된 최재현 제넥신 부사장은 “프로탁이 세포 내에서 분해하고자 하는 단백질하고 결합하려면 이 단백질이 저분자화합물과 결합 가능한 바인딩 타깃이 있어야 한다”며 “세포 내 단백질 2만여 개 중에 저분자화합물과 결합 가능한 반응이 있는 단백질이 6.85%밖에 안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머지 93% 정도의 단백질은 저분자화합물이 결합 가능한 타깃이 없다”고 설명했다.

EPD바이오의 바이오프로탁은 이 같은 기존 프로탁 기술의 한계를 극복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세포나 단백질에 대한 접근이 가능하다. 또 기존 프로탁에 비해 구조가 단순화됐기 때문에 설계→최적화→테스트에 이르는 R&D 속도가 빠를 수밖에 없다. 최 부사장은 “남들은 분해할 수 없는 질병을 유발하는 단백질을 바이오프로탁으로는 분해할 수 있다”며 “이걸 데이터로 직접 증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제넥신이 EPD바이오 합병에 의미를 부여하는 이유는 차세대 바이오프로탁 기술을 들임으로써 플랫폼기술이 3개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기존 플랫폼기술은 주로 상용화 단계로 접어들었다면 바이오프로탁 플랫폼 기술은 제넥신의 신성장동력으로 기능할 전망이다. 바이오프로탁 신약은 개발 초기지만 2026년까지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최 부사장은 “최근 10년간 글로벌 TPD 기술이전을 살펴보면 아주 초기 단계에서 유의미한 기술이전이 일어나고 있다”며 “2026년 상반기에는 글로벌사로 기술수출해 매출을 발생시키고, 후기 개발은 글로벌사가 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어 “글로벌사가 임상 개발을 하면 제넥신은 마일스톤과 로열티를 받는 구조로 계약해 생각보다 빠르게 매출을 벌어들일 수 있게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EPD바이오 합병을 통해 제넥신에 추가된 파이프라인은 GX-BP1과 GX-BP2이다. 이 중 좀 더 앞선 단계에 있는 GX-BP1은 암 유발 전사인자인 SOX-2 분해능을 기반으로 폐편평세포암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다. GX-BP1은 인비트로(in vitro) 시험 결과 SOX-2를 최대 95%까지 분해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실험(in-vivo)에서도 2종의 동물모델에서 항암 효과를 확인했다.

최 부사장은 “기존 기술로는 전혀 분해되지 않는 암 유발 전사인자인 SOX-2를 이 만큼 분해했다는 것은 GX-BP1가 그만큼 강력한 분해능을 가진 약물이라는 것을 의미한다”며 “항암 효과를 빠르게 입증하기 위해 환자 모집에 유리한 폐편평세포암을 주요 적응증으로 선정했다”고 말했다. 폐편평세포암 환자들은 SOX-2가 높게 발현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내년부터 기존 파이프라인 상용화 성과 도출할까?

이와 함께 제넥신은 기존 보유 파이프라인의 상용화에 따른 결실도 수확할 계획이다. 빈혈치료제 ‘에페사’(GX-E4)의 국내 출시 시점이 다소 지연됐지만 성장호르몬 ‘GX-H9’의 중국 출시 예상 시점이 임박했다. 그간 부각되지 않았던 비만·제2형당뇨 치료제 ‘GX-G6’도 추가적인 수익을 창출할지 기대된다.

지난해 10월 인도네시아 품목허가를 받은 에페사의 경우 지난 4월 인도네시아에서 제품을 출시했다. 한국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에서는 에페사 출시로 인한 로열티를 받지 않기 때문에 국내 출시가 돼야 제넥신에 매출이 창출된다. 빠르면 연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됐던 국내 품목허가 획득 시점이 내년 2분기로 미뤄지면서 국내 출시 예상 시점도 내년 4분기나 2026년 초로 지연됐다.

식약처의 보완 요구가 여러 번 이어지면서 예상보다 일정이 6개월가량 지연된 탓이다. 제넥신은 지난 14일 국내 식약처에 지난 1월에 제출했던 에페사 품목허가 신청을 자진철회했다 같은날 재신청했다. 식약처의 보완 요청을 받았지만 충분한 보완 기간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결정이다. 홍 대표는 “국내 신약허가 승인은 빠르면 내년 2분기, 늦으면 여름까지 갈 수도 있을 것 같다”며 “에페사 국내 매출은 내년 4분기 혹은 해를 넘길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내년 중국 출시가 예상되는 GX-H9는 승인 받는 대로 빠르게 판매에 나설 계획이다. 이를 통해 제넥신은 판매 마일스톤을 수령하게 된다. GX-H9은 중국 TJ바이오(TJ Bio)와 중국 임상 3상을 마친 상태로 조만간 생물의약품허가신청(BLA)을 제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제넥신은 2021년 GX-H9 상용화를 위한 계약을 체결했던 중국 점프캔 파마슈티컬의 영업망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점프캔은 중국 100대 제약사 중 하나로 소아 치료에 강점을 갖고 있다.

최근 임상 3상 단계에 있는 제넥신의 비만치료제로 주목을 받은 GX-G6도 새로운 수익원으로 기능할지 주목된다. GX-G6의 중국 임상 3상을 마치고 중국 판매가 시작되면 제넥신은 이에 따른 마일스톤을 수령하게 된다. 또 제넥신은 중국 외 판권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CSPC와 함께 기술이전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홍 대표는 “제넥신은 EPD바이오 합병을 통해 차세대 모달리티를 선제적으로 확보했다”며 “기존 디스커버리 노력을 지속하면서 상용화에 따른 결과를 하나둘씩 발표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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